"추석 명절 다가오는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 시급

[파이낸셜뉴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근무 중 과로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가 7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질환 또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발생한 경우로 인정되는 노동시간은 주당 60시간이다. 이들 택배노동자들이 일주일 평균 근무하는 노동시간은 총 71.3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택배노동자 4명 중 1명 식사도 못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윤미향·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택배 노동자 821명이 참여한 가운데 노동시간 및 휴신시간, 휴게공간, 사고경험, 산재처리 등에 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이날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 발제에 나선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돼 드러난 과로사 택배노동자는 7명이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나 유족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드러나지 않은 사례 등은 상상할 수 없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특별근로감독 들어가야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나 기업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현재 택배노동자 모두가 업무상 질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게 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택배노동자 4명 중 1명은 식사조차 거르며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사무처장은 "'구의역 김군'과 '발전소 김용균'의 업무용 가방에서 나온 컵라면이 연상되는 조사결과"라고 주장했다.

■ "분류업무 인원 추가 불발 시..21일부터 작업 거부"
택배노동자들은 전체 업무 가운데 이른바 '까대기'라고 불리는 택배 분류작업이 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물량 증가에 따라 분류 작업도 35.8%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사무처장은 "택배노동자의 수수료는 배달이 이뤄지는 건당 지급되는 구조임에도 분류업무나 기타 잡화업무가 전체 업무의 절반에 이른다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도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분류작업이 누가 담당해야 할 업무인지 법률이나 개별적 위·수탁 계약서 어디에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물량 증가에 예년 추석 물량 증가분까지 더해질 경우를 추산하면 평상시 대비 50%이상 물량 증가가 발생할 것"이라며 "분류작업에 추가인력을 투입하는 것만이 거의 유일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대책위와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정부와 택배사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오는 21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오는 14~16일 전국 택배노동자를 상대로 분류작업 거부안 찬반 투표에 돌입한 뒤 21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토론에 참석한 이진철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장은 '택배 노동자 안전 처우 개선 2차 권고안'에 대해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발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이 아닌 권고조치에 그쳐 강제성은 없지만, 권고조치 이행 여부를 현장 방문 5차례를 통해 확인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택배업체 들에 대해서는 택배 서비스 평가 순위에 반영하는 방법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부족하지만 영업장별로 분류인원을 2명에서 7명 정도 증원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생물법이 다시 방의됐다는 걸 중요하게 보고 있다.

해당 법이 가진 전반적인 취지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법이 잘 통과될 수 있도록 국토부가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mail]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