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별지급, 장기적으로 부자들 부담 줄여주려는 술책"
2020.09.11 05:15
수정 : 2020.09.11 10:37기사원문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김일창 기자 = 여야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0일 재난지원금 지급과 기본소득 등을 두고 보편지급과 선별지급이라는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날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 지사는 보편지급을 통해 조세저항 없이 전국민에 수혜가 돌아가야 하며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 지사는 재정의 한계가 분명한데 모든 국민에게 소액을 n분의 1로 주는 게 의미가 있느냐고 선별 지원 입장을 피력했다.
이 지사는 보수정당이 긴급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선 "왜 부자정당인 국민의힘이 (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인지, 장기적으로 보면 부자들의 (조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술책"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관련 선별지급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소득층에서 앞으로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앞으로 재원을 신규로 만들어낸다고 하면 그들은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한 "이번에 정부가 선별해서 자영업자를 지원하겠다고 하니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반대 성명을 냈다"며 "저항이 심한 이유는 (대상을) 선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간 이 지사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도 전국민 대상으로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며, 당정의 선별지급 방침에 강력 반대해왔고, 이날도 선별지급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지사는 "가구당 100만원 정도 줬던 1차 재난지원금처럼, 그걸 1년에 두 번 정도 하자. 주로 부자들이 받는 연간 50조∼60조원의 조세감면을 절반 정도 줄이면 국민 전원에게 50만원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도 거듭 주장했다.
이 지사는 "늘리는 복지 중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하고, 나머지는 기존 복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의 재원에 대해서, 증세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지사는 "예산을 잘 조정하면 연간 26조원 정도를 만들 수 있고, 조세감면과 증세를 통하면 된다"며 "증세 하는 부분은 전원 국민을 위한 재원으로 쓰면 된다"고 했다.
그러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국민들이 실험실의 개구리도 아니고…"라며 "실험은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이재명 지사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 눈앞에 마치 몇백조원이 쌓여있는 것 같다"며 "이번 4차 추경 약 8조원도 전부 국채이고, 매년 26조원 예산 확보가 말이야 쉬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지사는 "재원을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국가부채율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훌륭한 국가인 반면 가계부채는 가장 높은 '국민이 가난한 나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채가 낮은 건전한 국가가 되겠다고 국민들을 가난뱅이를 만들고 있는데, 개인 부채는 안갚으면 파산이지만 국가부채는 서구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고 (화폐)발권력도 있으니 좀 늘어나도 괜찮다"고 응수했다.
원 지사는 "기본소득은 진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동의하면서도, "다만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n분의 1 방식은 효과도 없고 돈만 많이 드니, 더 어려운 이웃들에 대상을 넓히고 지급액을 올려줘야 한다"고 선별지급 입장을 개진했다.
원 지사는 "현재 부족한 복지의 대상을 넓히고 금액도 높일 수 있는 과제를 놔두고, 정말 소중한 국민 혈세를 동의하에 모았는데 n분의 1로 4만원씩 준다고 하면 어떠한 효과가 있느냐. 국민 세금을 잘 쓰는 건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석학이자 '수소 혁명', '노동의 종말' 등의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이날 토론에 화상연결로 참여, "적정 수준 소득을 보장해줘 모든 이들이 정당한 사회에 살길 바란다"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정치권이 더욱 더 큰 질문을 묻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 소득보장을 통해 사람들이 더 정의로운 삶을 살면서 지구와 함께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