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와 조국의 차이

      2020.09.12 00:10   수정 : 2020.09.14 11: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6%로 부정평가 45%보다 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9%, 국민의힘 19%, 정의당 5%, 국민의당 4%, 열린민주당 3% 순이었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정의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포인트 등락하는 데 그쳐 전반적인 지지 구도는 변함이 없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과 여당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셈이다. 한국갤럽은 "이번 주 대통령 직무 평가와 정당 지지 구도는 지난주와 비슷하다"며 "대통령 부정 평가자들이 답한 부정 평가 이유 순위 변동만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에선 추 장관 사건을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비교하곤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면, 파급력이 그 때만큼 크다고 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조 전 장관 사건 당시엔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비교적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와 지금,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 경중판단 상이
우선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한 세간의 경중 판단이 다르다는 점이 꼽힌다. 조 전 장관의 경우 부인 정경심 교수의 딸 동양대 표창장 위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조 전 장관 본인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지시 혐의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해당 사안들과 관련해선 법적 처벌의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등 사법적 다툼의 여지가 상당한 상황이다.

그러나 추 장관의 경우는 도의적 책임은 차치하고 명확하게 법적 처벌이 이뤄질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추 장관 아들 서씨는 군무이탈 혐의로 고발됐는데, 국방부는 내부 규정을 공개하며 서씨의 휴가 처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군(軍) 관계자는 "서씨 입장에서 상급자의 승인을 받아 휴가를 쓴 후 사후 행정처리를 했다면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군무이탈로 의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추 장관 부부가 서씨의 1차 병가가 만료되는 시점에 임박해 국방부에 병가 연장과 관련한 민원을 넣은 것과 관련해서도 결과적으로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적용되는데, 당시 당 대표였던 추 장관에겐 휴가 연장과 관련한 '직무권한' 자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조국 학습효과
조 전 장관 사건은 일종의 '대전(大戰)'이라고 불려질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를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당시 수많은 기사가 생산됐고, 검찰의 전방위적인 압수수색 등이 있었다. 조 전 장관 사건이 있은 후 꼬박 1년이 지난 현재.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안들도 있지만, 조 전 장관 및 가족들을 둘러싼 잘못된 기사 및 정보들도 많았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조 전 장관은 해당 기자 등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조 전 장관 사건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일종의 '학습효과'라는 것이 생겼고, 이번 추 장관 사건 때 이를 어느 정도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은 수많은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조 전 장관 사건을 감안할 때 일정 기간 관망하면서 사실관계도 따져본 후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추 장관 사건을 대하는 야당과 일부 언론의 태도가 과거 조 전 장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야당과 일부 언론의 태도는) 그대로이지만, 현 정국을 대하는 국민들의 인식 및 태도는 크게 달라져 있는 만큼 과거 정국과 비슷한 동조화 경향이 나타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슈 분산
올해 초부터 대한민국을 지배한 중심적 이슈는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 여파는 정치·사회·경제 등 각 분야 쟁점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상당부분 잠식하거나 분산시키곤 했다. 실제 올해 4·15 총선 결과를 좌우한 것은 코로나19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번 추 장관 정국에서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비단 추 장관 사건만이 아닌 코로나19로도 적지 않게 분산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조 전 장관의 경우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분산시킬 만한 특별한 이슈가 존재하지 않았고, 오로지 조 전 장관 및 가족들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됐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한 쪽 이슈로 이목이 너무 쏠리면 이슈의 당사자가 받는 영향은 크고 오래 가지만, 분산화가 이뤄지면 해당 이슈는 비교적 빨리 사그라드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코로나19 여파는 추 장관 사건과 조 전 장관 사건의 차이를 극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지형 변화 및 이벤트 여부
조 전 장관 사건이 한창이던 지난해엔 국회에서 의석수로 대변되는 여당(더불어민주당)과 야당(前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의 세력이 비등비등했다. 만만치 않은 의석의 힘을 갖고 야당은 국정감사 및 대정부질문,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조 전 장관 및 여당에 대한 공격을 줄기차게 이어갔다. 반면, 근소하게 앞서는 제1당이었던 여당은 대부분 수비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4·15 총선을 계기로 국회에서의 힘의 추는 여당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상황이다. 현재 여당은 180석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의석을 갖고 있다. 물론 국회 의석수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규모'의 차이는 분명 여당과 추 장관에게 과거 대비 유리한 입장과 위치를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조 전 장관 사건 때는 인사청문회라는 극도로 민감한 정치적 이벤트가 걸려 있었다. 이 당시 조 전 장관은 취임도 하기 전이어서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 있었고, 인사청문회는 시점상 야당에게 있어 조 전 장관을 용이하게 공격 및 낙마시키고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기능했다. 실제 지난해 열린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선 14시간 내내 야당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고, 이후 조 전 장관 낙마까지 일련의 과정이 극적으로 펼쳐졌다.

더욱이 이 당시에는 국회의원 총선거도 다가오고 있었다. 향후 정국의 주도권 확보 여부는 오롯이 총선 결과에 달려있었던 만큼, 조 전 장관 사건을 둘러싼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세력의 파열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던 측면이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 다소 다르다. 우선 추 장관은 (내주 대정부 질문이 있긴 하지만) 취임 전 단독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인사청문회 수준의 불리할 수 있는 정치적 이벤트가 걸려있지 않고, 취임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현재 법무부와 검찰 내에서 본인의 기반을 확고히 다진 상태다. 예기치 못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등이 내년 4월에 있지만, 재보궐 선거 자체만으로 볼 때 총선에 비해 그 중요도가 떨어지고 보궐 선거로 당선된 시장의 임기도 고작 1년에 불과하다. 과거처럼 다가오는 선거가 정치적 파열음의 자양분을 제공하는 요인으로써 크게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달라진 검찰
지난해 '윤석열 검찰'은 조 전 장관 및 부인 정경심 교수와 관련된 수십곳을 압수수색하며 전격적으로 '조국 대전'에 참전했다. 이러한 검찰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한 청와대와 법무부, 여당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의 전격적인 참전으로 조 전 장관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됐고,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도 하락하며 결국 조 전 장관의 낙마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추 장관 사건에선 검찰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얼마전 추 장관 관련 사건의 일부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검찰의 발언이 눈에 띌 뿐이었다. 이는 우선 추 장관 및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경중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연이은 인사로 인해 검찰 구성원들이 상당 부분 바뀐 것도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청와대 및 여권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윤석열 사단이 해체되고, 추 장관이 중용한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여기에 추 장관 취임 후 절제된 수사를 강조하는 등 검찰 내부의 변화된 기조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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