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물폭탄·한여름 美 폭설·시베리아 폭염 '기후재앙 경고음'
2020.09.13 06:30
수정 : 2020.09.13 10:38기사원문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올해 유례없는 긴 장마에 폭우, 대형 태풍까지 한반도를 덮치면서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서부에 있는 콜로라도에선 폭염 날씨가 이어지다가 자고 일어나니 폭설이 내렸고, 추운 시베리아 지역에선 섭씨 38도의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나는 등 기상이변은 특정 지역에 한정된 게 아닌 전 지구적 현상이 되고 있다.
13일 환경부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장마는 54일에 이르는 사상 최장 기간으로 기록됐고, 이 기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686.9mm로 평년의 두 배 수준이었다.
6월은 전국 평균 기온이 22.8도로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된 반면 더 더워야 할 7월은 6월보다 기온이 낮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장마가 끝난 직후엔 8·9·10호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이 연달아 한반도를 강타했다.
이들 태풍이 비교적 고위도에서 발생했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달했는데 예년과 다른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상기후 현상은 전 세계로 확장해서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미 콜로라도주 덴버에선 최근 무더위가 70일 넘게 이어지다가 불과 하루 만에 폭설이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이 지역의 기온이 73일간 32도 이상을 유지했지만 눈이 내렸던 지난 7일(현지시간) 영하 2.2도까지 떨어지면서 하루 만에 36도의 기온 하락을 기록했다.
북극권에 속하는 러시아 베르호얀스크 지역에선 최근 최고 기온이 섭씨 38도를 기록했다. 베르호얀스크는 북위 67.5도에 위치한 러시아 시베리아 북동부 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보통 이맘때면 이곳은 20도 안팎의 기온으로, 때론 10도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상고온 현상이 이곳을 필두로 시베리아 여러 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시베리아 지역뿐 아니라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이 있는 데스밸리에선 온도가 섭씨 54.4도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고, 인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섭씨 49도까지 치솟고 산불까지 발생했다.
이외에도 미국 다른 지역을 비롯해 호주와 캐나다 등 세계 각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미국 루이지애나·텍사스주를 강타한 최고 풍속 시속 150마일(241.4㎞)에 이르는 역대 최강 허리케인까지 태풍, 폭염, 폭설,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되자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 100년 간 인류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 지구 온도를 1도 상승시키면서 크고 작은 기상이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기상 전문가는 "지구온도 1도만 높아져도 바닷물 증발량과 공기 중 수증기를 증가시켜 홍수 가능성을 높이고, 반대로 그 주변부 공기가 내려오는 지역은 고기압 영향에 건조해지며 가뭄과 폭염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우리 몸도 정상 체온에서 1도만 높아져도 몸에 이상징후를 느끼듯이 지구 역시 극단의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0.5~2도 더 상승하면 지금의 기후위기보다 더 위험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게 환경·기상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경제활동과 연관돼 있다고 보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때가 되면 미세먼지, 태풍, 폭염 등에 시달리는 한국도 기후위기 피해가 큰 나라에 속하는데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감축 노력을 강화하는 추세에 맞춰 우리도 정책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 한 인사는 "온실가스 배출에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술 등 에너지·환경분야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코로나19 걱정보다는 기후위기 걱정이 더 크다는 유럽의 시민들처럼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시민들의 의식 변화, 정치권의 노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