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9시 코로나가 만든 21세기 '통금'…"아름다운 불끄기 동참"
2020.09.13 07:22
수정 : 2020.09.13 10:35기사원문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최동현 기자 = "얼른 밤 늦게까지 다시 장사하고 싶어요. 힘들어도 정부 방역 지침 지켜야죠"
지난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드웨이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이 오후 9시에 영업을 마치면서 한숨을 쉬며 내뱉은 말이다.
호프집 직원들은 오후 8시쯤부터 들어오는 손님들을 향해 "오후 9시면 영업 마감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말하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일행에 다가가 "25분 밖에 남지 않았다"며 "지금 정말 가능한 메뉴는 먹태와 생맥주 정도만 된다"고 양해를 구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딱 500CC 2잔에 먹태 한 개만 먹고 가겠다. 스피드하게 먹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후 8시 50분이 되자, 직원들은 테이블을 돌며 크게 "10분 남았습니다"를 외쳤다. 58분이 되자, "이제 정말 일어나 주셔야됩니다. 직원들도 이 식당에서 밥도 못먹어요"라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오후 9시 정각이 되자, 사람들은 "드르륵" 의자를 끌며 일제히 썰물처럼 가게를 빠져나갔다. 다른 가게들에서도 일제히 영업을 중단했고, 손님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왔다.
손님과 점주들 모두 아쉽지만,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한꺼번에 몰려나온 사람들도 먹자골목 일대가 붐볐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정부의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집으로 향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9시 이후 매장 영업 중단은 사실상 영업중단 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매출 대부분이 나오는 시간대에 영업을 하지 못해서다. 일부 자영업자들이 아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끝날 때까지 영업중단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게를 열어도 인건비와 전기료, 식재료비를 건질 수 없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가게 사장님들은 9시가 되자 조용히 문을 닫았고 손님들 역시 가게를 나섰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같은 시각 신촌 일대 역시 대부분 식당들이 정부 방역 수칙을 준수해 영업을 중단했다.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러스 뒷 골목 식당 30여곳을 직접 확인해본 결과, 모든 식당들은 영업을 중단했다. 오후 9시 30분쯤이 되자, 새벽 2~3시를 연상시킬 만큼 뒷 골목은 캄캄해졌다. 골목에는 배달 오토바이 소리만 가득 매웠다.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 초기 풍선효과로 지적을 받았던 편의점도 이전과 달라졌다. 신촌 일대 10여곳의 편의점을 돌아본 결과 모든 편의점들은 편의점 앞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한켠에 쌓아놓거나 치웠다.
한 편의점 직원은 "정부에서 코로나 단계가 낮춰질 때까진 편의점 앞 테이블과 의자는 계속 치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숙한 시민의식 속 일부 식당과 손님들의 일탈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일부 식당과 시민들은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고 계속 영업과 식사를 이어나갔다. 한 행인은 "와...여긴 배짱이네 배짱"이라고 말하며 혀를 끌끌찼다. 또 다른 행인은 "저 식당 고발해야 되겠네. 저기 사람들 봐봐"라며 스마트폰을 꺼내 매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모습을 찍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