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원대 '역대급' 피해…기아차 취업사기 어떻게 가능했나

      2020.09.13 10:32   수정 : 2020.09.13 13:30기사원문
광주지방경찰청 전경

(광주=뉴스1) 전원 기자 = 기아자동차 취업 사건과 관련된 30대와 목사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피해자가 650여명에 달하고 금액도 140억원이 넘는 '역대급' 취업사기가 가능했던 배경은 뭘까.

13일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기아차 취업사기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30대 피의자 A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또 이 범행에 연루돼 사기 범행을 저지른 목사 B씨도 함께 송치됐다.



2018년 B씨의 지인인 C씨는 A씨의 전화를 받았다. 기아차 협력업체에 다닌다고 했던 A씨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A씨는 십수년 전부터 B,C씨와 교회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이들은 부모까지 알 정도였고, 특히 A씨는 교회에서 잘 지내왔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A씨는 기아자동차 로고가 있는 점퍼를 입고 교회에 드너들었으며, 자신이 기아자동차 협력업체 직원임을 은근히 알렸다.

그는 주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직도 예전처럼 돈을 줘야하는지 등에 대해 물으면 "돈을 준다고 정규직으로 전환은 안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런 말을 한 A씨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에 C씨는 "비정규직으로 지내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을 축하한다"며 "비정규직으로 해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케이스가 있으면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우리 교회 애들에게도 알려주게 좀 알려달라"고 말했다.

해가 바뀌고 2019년 2월 A씨는 C씨에게 전화해 "제가 다니던 사내 협력업체의 사장이 '회사에 들어와 있으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한다. 4명 정도가 될 것 같다. 사장님께 말해서 교회 청년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당시 A씨는 C씨에게 돈을 조금 써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고, C씨는 과거에도 '돈을 써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등의 소문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없이 지인들에게 A씨의 이야기를 해줬다.

특히 부모까지 알고 지내고, 기아차 협력업체에 다니는 A씨가 자신에게 거짓을 이야기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C씨는 당시 B씨가 교회에서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에 대한 상담 등을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A씨가 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B씨도 A씨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활기록부 문제 등으로 인해 서류접수를 거부당하는 등의 일이 생겼고, 채용이 어떤 절차와 과정인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더욱 믿게 됐다.

실제로 그렇게 B씨를 통해 A씨에게 이력서 등을 전달한 사람들 중에는 수술이력이 있다거나 음주운전으로 적발이 됐다던가, 신용불량이라는 등의 이유로 서류가 다시 반송되는 일이 있었다.

B씨는 회사에서 철저한 점검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또 A씨는 B씨의 질문에 "군용품을 만드는 공장이 있는데 거기는 다른 협력업체 공장보다 일이 힘들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으니 채용이 가능할 것 같다"는 답을 하거나 4명씩 서류를 넣는 이유에 대해 "한 조가 4명씩 돌아간다"며 "작업을 하던 중 돈을 쓰고 들어왔다는 말이 나오면 문제가 되니 4명을 묶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A씨는 B씨에게 자신이 있었던 협력업체 회사 사장이라는 사람도 소개했고, 기아차와 인력 관련 계약이 돼 있는 서류도 보여줬다. 또 자신이 단체 메시지 방을 보여준다거나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내역도 보여줬다.

B씨는 A씨의 이같은 모습에 처음부터 목사가 해야 할 일은 아니고 잘못된 일인 것은 알았지만 범행에 빠지기 시작했다.

교회에 아는 사람들이 한명씩 참여하게 되면서 B씨는 일을 봐주는 사람이 됐고, 5월쯤 취업 청탁자가 40여명으로 늘었다.

A씨는 2019년 7월10일을 기아자동차 합격자 발표날이라고 밝혔다. 40여명의 사람들은 그날이 어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합격자 발표를 하루 앞둔 9일 뉴스에 불법 파견과 관련해 기아자동차 사장이 기소됐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나왔다.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회사에서 긴급회의를 했는데 이같은 상황에서 합격자 발표를 할 수 없다고 연락했다.

B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회사에 큰 일이 터졌는데 합격자를 발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믿었다.

A씨는 800명이 넘는 사람이 고소를 진행해 수사가 진행된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B씨에게 더 사람을 모집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 과정에서 청탁자 60여명이 그만두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환불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2020년까지 총 100여명이 그만뒀다. 이 과정에서 일부에게는 B씨가 따로 돈을 마련해 돌려주기도 했다.

취업이 목적이라고 해서 금액도 5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줄여서 받기도 했다,

2020년 2월에 합격자 발표가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연관된 사람들은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확산되면서 발표가 정상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문제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기업에서 사람들을 채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이해를 하고 넘어갔다.

이후 올해 8월21일에 발표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또 날짜를 넘기면서 피해자들의 신고로 수사가 진행됐다.

C씨는 "상황이 묘하게 맞아 떨어져가는 모습을 보였고, 돈을 주고 채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알고 A씨가 항의해 관련 내용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A씨는 기아자동차 협력업체에서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650여명에 140억원 상당의 금액을 전달받아 대부분을 인터넷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인터넷 BJ를 후원하는 데 수억원을 사용했고 롤스로이스 등 고급 외제차를 타고 인터넷방송에 등장하기도 했다.
명품시계 등을 구입하는데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구직자들에게 각각 2000만~5000만원 상당을 받아 A씨에게 전달했고 일부는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불법도박 행위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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