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악몽' 재현 가능성에 '차벽 설치·톨게이트 검문' 검토
2020.09.15 14:28
수정 : 2020.09.15 14:36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지난달 15일 열렸던 광화문 집회에 따른 코로나19 전파와 감염 고리가 최근까지도 이어진 가운데 일부 보수단체들이 다음달 3일 예고한 개천절 집회가 또 한 번 대유행을 몰고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와 경찰은 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들은 한편에서 "휴대폰은 끄고 모여라"라는 메시지를 주고 받을 정도로 집회 강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광화문 집회에 상당수의 감염자를 직접 노출시켰던 사랑제일교회 역시 이미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바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 2일 코로나19로 입원했던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고 개천절 집회 개최를 암시했었다.
당시 전 목사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언급하며 "순교하겠다"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경찰은 이들이 애초에 모이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전날인 14일 기준으로 개천절 도심권에 신고된 집회 건수는 9개 단체 32건이다.
비도심권까지 합하면 집회는 69건에 달한다. 한글날인 10월9일에도 6개 단체가 도심권에서 16건의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상태다.
경찰은 이들 집회에 대해 모두 금지 통보를 한 상태다. 만약 현장에서 집회가 강행되다면 경력과 장비를 이용해 집결단계부터 차단하고 그럼에도 집결이 이뤄진다면 신속히 해산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아울러 광화문 집회 2건을 허용해 결과적으로 대규모 전파를 가능하게했던 법원도 이번에는 전례를 살펴 집회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들의 방역 방행 행위가 만만치 않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로 이들은 역학조사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끄고 이동할 것과 카드를 사용하지 말고 현금을 사용할 것 등을 노골적으로 지시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전시에 준하는 강력한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 시민들과 자영업자 등이 눈물과 노력으로 쌓은 공든탑을 또다시 무너뜨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여러가지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데 우선 광화문 인근 역사에 지하철을 정차시키지 않고 무정차로 통과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집회에 참석하려는 인원을 외곽으로 분산시켜 애초에 광장으로 진입시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아울러 지방에서 올라오는 인원을 차단하기 위해 톨게이트에서 '특별방역' 검문을 실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미 버스업계에서 개천절 집회에 참석하려는 단체와 계약하지 않겠다는 자정 노력이 예고된 만큼 어느 정도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동안 집회 현장에서 보이지 않았던 '차벽 설치'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고 인명과 물질적 피해가 나올 수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경찰 기동대 관계자는 "물리적인 접촉이 생길 경우 이전 집회처럼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접촉을 피한 상황에서 상황을 통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집회를 최대한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도 "대규모 집회의 경우 구호와 노래 등으로 침방울이 발생하기 쉽고 참석자간 밀접하게 접촉해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며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