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할머니가 치매? 폄훼말라'…윤미향, 법정공방 예고
2020.09.15 17:09
수정 : 2020.09.15 17:09기사원문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지석)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전 대표이자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 의원을 준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등 6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이 사건 파급력이 커진 만큼 준사기 혐의에 이목이 집중됐다. 윤 의원 등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치매를 이용해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9회에 걸쳐 7920만원의 기부를 받았다는 게 혐의의 골자다.
'준사기'는 미성년자의 지적능력 부족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물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할머니의 의료기록이나 검사기록 등을 종합해 기소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으나 윤 의원 등은 "할머니의 뜻을 치매로 폄훼했다"며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할머니들은 '여성인권상'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셨고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하셨다"며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해당 할머니의 정신적 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이 이어 공유한 영상에서 길 할머니는 "재일조선학교 여러분, 김복동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했으니까 이제 길원옥이가 대신할게"라는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보도된 <뉴시스 6월30일자 [단독]'치매 논란' 길 할머니…고향 묻자 "76번지" 기억 뚜렷> 기사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포착된다.
당시 길 할머니는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원옥이도 앞으로 장학금 좀 내"라며 농담을 건네자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할 만큼 힘든 학생을 둘만 선택해 달라"며 "제가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대답한다.
정의연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피해 생존자의 숭고한 행위를 '치매노인'의 행동으로 치부한 점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위안부 문제해결 운동 전반은 물론 인권운동가가 되신 피해생존자들의 활동을 근본적으로 폄훼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밖에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장상욱 김복동의희망 대표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길 할머니는 검찰이 '중증 치매'였다고 주장했을 즈음인 2017년 8월께 1집 음반을 내고 제작발표회까지 가지셨다"며 "중증 치매 노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에도 '2집 음반을 내시고 싶으시진 않나'고 여쭸을 때 길 할머니가 '1집에서 손해를 보지 않았다면 내고 싶다'는 의사를 논리적으로 밝히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앨범은 장 대표 등의 공동제작 지원으로 진행됐다.
이 사안은 길 할머니의 '의사능력 유무'가 중요한 쟁점이다.
의사 출신인 이용환 법무법인 고도 대표변호사는 "치매 증상이 있고 고령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의사 무능력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상식적인 선에서 할머니 상태가 어땠는지 의료기록 등을 통해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검찰에서 의료자료를 보거나 의학적 자문을 받아 기소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법률적으로 사기가 되는지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기 때문에 법정에서의 싸움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치매 의심 노인이라도 의사능력이 있을 수 있다는 판례가 나오기도 해 이번 사건에서의 법정 공방은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8년 치매 의심 노인에게서 부동산을 소유권을 매매 형식으로 이전받은 간병인에 대해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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