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지는 성착취물 감형…'처벌불원' 이젠 안통한다

      2020.09.16 10:58   수정 : 2020.09.16 10:58기사원문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강화된 양형기준과 더불어 가중 및 감경 사유도 새롭게 정비하면서, 'n번방 사태'와 같이 조직적인 디지털 성범죄를 주도할 경우 형량이 크게 늘 전망이다.

앞으로 '박사' 조주빈(25)처럼 조직적 범행을 주도하거나 다수에게 성착취물을 유포하면 가중 처벌된다. 피해자에게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아내 형량을 감경받는 편법은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가중 및 감경 기준을 공개했다.

우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와 관련해 형량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별가중인자가 제시됐다.


다수가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가담하거나 전문 장비와 기술을 사용한 범죄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을 지휘했다면 가중 처벌된다. 인터넷 등 전파성이 높은 수단으로 성착취물을 유포했을 때도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연인관계 등 친밀한 사이에서도 성착취물 범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에 대한 위계·위력을 행사하거나 이익을 제공한 경우까지 형량 가중 요인으로 포함했다. 피해자가 성착취물 유포로 성적 수치심을 느껴 극단적 선택 등을 한다면 형량이 가중된다. 아동 및 장애인 보호 시설에 종사하는 사람이 성착취물 범죄를 저지르면 형량이 가중되도록 했다.

다만 성착취물 제작으로 많은 이익을 거둔 경우는 형량을 결정할 때 고려만 해도 되는 일반가중인자로 제시됐다.

성착취물 범죄의 감경 사유도 정비됐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이른바 '처벌불원'은 특별감경인자였으나 일반감경인자로 위상이 낮아졌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이 높아지면서 법정형이 상승하고 있는 경향 등을 고려한 것이다.

처벌 전력의 유무에 따라 감형을 판단하던 규정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단 한 번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아야 감경될 수 있으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상습 범행이면 제외된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박사' 조주빈이 지난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mangusta@newsis.com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에서도 조직적 범죄를 주도하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했을 때 혹은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에는 형량이 가중된다.

불법촬영 범죄에서는 '처벌불원'을 특별감경인자로 유지했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법원에 공탁금을 내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한 것은 감경 요소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감경 요소 중 하나였던 '실제 피해가 경미한 경우'라는 표현은 성인지 감수성 관점에서 부적절할 수 있다는 이유로 '촬영물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대체했다.

'딥페이크' 등을 유포하는 범죄에서는 합성을 정교하게 해 식별이 어렵다면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고도로 편집된 허위 영상물일수록 피해가 더 크며, 조잡한 영상물과 형량에서 차이를 두겠다는 것이다. 다른 디지털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 큰 피해를 입혔을 경우 가중 처벌 대상이다.


이 밖에 촬영물로 협박 등을 한 범죄의 경우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을 하거나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면 가중 처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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