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지선 동시선거, 따져볼 것들…내친김에 대통령 4년제로?
2020.09.16 15:21
수정 : 2020.09.16 16:36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6일 "내후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동시 실시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내년에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장이 던진 화두에 정치권이 응답하며 여야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내후년 상반기 대통령선거와 전국지방선거가 3개월 간격으로 열리는데 적지 않은 국력 소모가 예견된다"고 했다.
박 의장의 말대로 대통령선거는 2022년 3월 9일, 지방선거는 같은해 6월 1일에 실시된다.
한 언론에서 개원 전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한 의원이 동시선거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도하자 산발적으로 동시선거 가능성에 대한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국가 예산 절감도 될 뿐만 아니라 국론 분열도 한 번에 종식 시킬 수가 있어 참 좋은 제안"이라고 했다.
윤화섭 경기 안산시장은 "두 개의 선거를 동시에 치르면 선거비용을 절감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시민 등에게 지원할 수 있다"며 "대선에 맞춰 선거가 치러져 민선7기 지자체장의 임기가 단축된다 해도 시민을 위해 기꺼이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의 부칙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례도 있다.
동시선거가 실제로 논의되기까지는 여야가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
작게는 선거 비용부터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관건은 각 당이 판단하는 유불리다.
두 선거를 분리해 실시할 경우, 혹은 동시에 실시할 경우 등 각각의 경우가 어느 당에 유리하고 불리할지에 대한 당 내부의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분리해서 선거할 시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에 지방선거가 유리한지, 혹은 불리한지에 대한 의견은 정치권 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계속해 지방선거에서도 승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대선 승리 정당에 대한 견제심리와 패배 정당에 대한 동정심 등으로 대선 패배 정당에 지선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수의 의장실 관계자에 따르면, 각 정당의 유불리를 떠나 선거 비용과 사회적 비용 등의 국력 낭비,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가정한 임기 연동을 염두에 두고 이같은 메시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비용의 경우 분리 선거 시 선거국면이 최소 반년 이상 지속되면서 선거로 인해 증폭되는 갈등과 정쟁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통상 대선 후 조성되던 여야 허니문 기간이 없어지고, 3개월 앞둔 지선을 의식한 여야 간 정쟁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질적인 비용 문제에서도 의장 측은 두 선거를 동시에 치를 경우 약 1600억원 정도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선거를 동시에 치러도 절감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라 동시선거 실시 때 총 1534억원의 선거 관리경비가 절감되지만, 보전비용은 약 1500억원이 증가해 사실상 절감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선과 지선을 동시에 치르게 되면 14일인 지선 운동 기간이 23일 동안 치러지는 대선 운동 기간과 연동해 연장되기 때문에 보전해줘야 하는 비용이 9일 치만큼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박 의장 측은 "지선 운동 기간을 14일로 한정해 대선과 달리하면 해결되는 문제"라며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대선·지선 동시 시행 메시지에는 개헌과 관련된 계산도 들어있다는 후문이다.
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며 권력구조 개편을 언급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지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된다고 가정했을 때, 동시선거로 인해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가 계속 같아지게 된다.
박 의장 측은 "의장은 동시선거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따로 갖고 있진 않다"며 "내년부터 여야가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