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신림동 그놈'… 이번엔 집행유예

      2020.09.16 13:00   수정 : 2020.09.16 17:32기사원문
지난해 서울 신림동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집 앞까지 쫓아가 여성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던 남성이 공분을 일으켰던 가운데 올해 이 지역에서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하지만 형량은 다소 차이가 났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판사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허모씨(29)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허씨는 지난 3월 31일 밤 11시 30분께 신림동에서 귀가하는 여성 A씨를 뒤쫓아갔다. 그러던 중 A씨가 원룸 건물에 도착해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자 공동현관문이 닫히기 전 그 안으로 침입해 2층 복도까지 A씨를 뒤따라갔다. 이상함을 느낀 A씨는 허씨에게 "무슨 일이세요"라고 묻자 허씨는 "맘에 들어와서 따라왔다"고 말했다. 이에 놀란 A씨는 "오빠"라고 큰소리를 외치며 도움을 청했고 집안에 있던 A씨 친오빠가 집에서 뛰어나오자 허씨는 그대로 도망갔다. 이후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씨는 안면이 있는 다른 여성과 A씨의 인상착의가 비슷해서 따라가게 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평균 여성이 남성에 비해 물리적 힘이 부족하기에 여성인 피해자가 느끼는 근원적 불안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건 범행으로 주거 평온이 깨진 피해자는 이후에도 항상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길거리에서 원룸 안까지 상당히 먼 거리를 따라가면서 먼저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고 본인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은 피고인의 범행을 이성에게 호감을 가져서 한 행위라고 선해할 만한 여지도 없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하며 반성하고 강제추행 기소유예를 받은 적이 있지만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피고인의 나이, 범행 수단 등을 종합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5월 28일 오전 6시 20분께 서울 신림동에서는 조모씨가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다가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자 강제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조씨는 주거침입, 강간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주거침입 혐의만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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