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주홍글씨 새긴채 산다"…검찰, 징역 12년 구형(종합)
2020.09.16 17:39
수정 : 2020.09.16 17:39기사원문
김 전 차관은 "이미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깊이 새긴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최후진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소위 '별장성접대' 사건으로 명명돼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이 무혐의 종결 후 끊임없이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 과거사 수사단이 출범해 재수사가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사건 실체는 고위공직자의 금품·향응 수수이고, 공여자 4명에 이른 게 확인됐다"며 "김 전 차관이 차명계좌를 사용하며 금품을 수수한 것이 명확히 확인됐는데, 1심은 안타깝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단순히 뇌물수수 사건을 넘어 그동안 사회적 문제가 된 검사 스폰서 관계를 형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할지, 우리 국민과 사법부는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와 관련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1심처럼 이를 형사적으로 무죄 판단하면 검사와 스폰서 관계에 합법적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대다수의 성실한 수사기관 종사자와 다르게 살아온 일부 부정한 구성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국민도 이런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반드시 시정해주고, 1심 구형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심에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7억원, 추징금 3억3000만원을 구형했다.
김 전 차관은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꺼낸 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뿐이다"라고 최후진술했다.
이어 "그간 제 삶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생을 포기하려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며 "실낱같은 목숨을 부지하는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저는 이미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긴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사회에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저로 인해 고통받은 가족들에게 봉사하며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게 솔직한 저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산적한 업무에 저까지 심려를 끼쳐드리고 번거롭게 해드려 정말 송구스럽고 한없이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면서 "부디 공정하고 현명하신 판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감사하다"고 호소했다.
김 전 차관은 최후진술 과정에서 울컥한 듯 목이 멨지만, 1심 피고인신문 과정에서처럼 오열하지는 않았다. 김 전 차관의 최후진술을 방청하던 부인은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 전 차관 변호인은 "검찰 고위직을 지낸 김 전 차관은 원본 확인도 안 되는 동영상으로 인해 조사를 받아 7년간 온갖 비난을 받았다"며 "이 사건 공소 제기는 검찰이 추론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고, 일부는 소설처럼 지어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인정이 어려운 경우를 대체하기 위해 '김영란법'이 시행된 취지를 되새겨야 할 것"이라며 "1심 판단은 타당하고, 결론적으로 검사 항소는 이유가 없어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차관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28일 오후 2시5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08년 초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와 윤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한 후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1억원을 포기하도록 한 제3자뇌물수수 혐의도 받는다.
이와 함께 김 전 차관은 다른 사업가인 최모씨로부터 8년간 신용카드를 받고, 명절 떡값으로 상품권 등을 수수하는 방식으로 총 4000만원 가량을 제공 받은 혐의도 있다.
아울러 김 전 차관은 2012년 사망한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1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지난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후 6년 만인 지난해 11월 첫 사법 판단이 내려졌지만, 1심은 김 전 차관의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와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 판단했다.
다만 1심은 이 사건의 단초가 된 '별장 성접대' 영상 속 남성은 김 전 차관이 맞다며, 유무죄 판단과는 별개로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수사단은 지난 1월 여성 A씨가 김 전 차관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치상), 무고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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