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동생까지 포진한 ‘아베스 내각’… 한일관계 반전 없을듯

      2020.09.16 17:48   수정 : 2020.09.16 19:30기사원문

【도쿄 서울=조은효 특파원 김호연 기자】 한·일 갈등기로 점철된 일본 '아베 내각'이 물러나고 16일 '스가 내각'이 새로 출범했지만 향후 1년 내 한·일 관계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가 '아베 노선 계승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다 물러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 동생, 동지들이 대거 스가 내각과 당에 포진함에 따라 당분간 스가 총리가 자기 색깔을 내기는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이런 이유로 '아베 아바타' '아베 시즌2' '아베스 정권(아베+스가 정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 관계, '관리모드' 예상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스가 총리에게 취임 축하서한을 보내, "스가 총리 재임 기간 중 한·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밝혔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뿐 아니라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구인 일본 정부와 언제든지 마주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또 건강 문제로 급작스럽게 사임한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도 위로 서한을 보냈다. 이에 앞서 아베 전 총리와 아키에 여사도 지난 15일 문 대통령 내외에게 재임기간 중 소회를 담은 이임 서한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총리 역시 조만간 문 대통령의 서한에 답신하거나 정상간 통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대화 제스처에도 스가 총리의 임기가 고작 1년이라는 점은 한계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가 총리는 중도 사임한 아베 전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2021년 9월)까지 재임한다. 과도 정권, 시한부 정권인 셈이다. 스가 총리가 향후 정권 재창출을 노린다면, 이번 임기 1년간은 '무사고, 안전운전'을 지향할 수 밖에 없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한·일 관계가 답보상태에 빠지거나, 더욱 악화될 소지가 농후하다.

더구나 스가 총리 자신이 아베 정권의 관방장관으로서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국제법(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위반"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갔던 장본인인 만큼, 양국간 최대 갈등 현안인 징용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1년 후 다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가, 임기 연장을 노린다면 더욱더, 정치적 리스크가 큰 한·일 관계는 관리모드, 현상유지 정도가 최선으로 비친다. 대신, 행정개혁, 디지털화, 규제개혁 등 리스크가 낮은 내치 분야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극우 인사들 대거 입각
스가 내각의 첫 각료명단 20명 가운데 8명이 유임이고,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전 후생노동상)과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전 방위상)의 자리 이동까지 합치면 10명, 즉 전체의 절반이 아베 내각 때 사람들이다. 아베 총리는 떠나지만, 아베 사람들은 그대로 남은 것이다.

특히, 일왕가를 구심점으로 삼고 있는 일본의 극우단체인 일본회의 소속 의원, 신도정치연맹에 참여하는 인사는 물론이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인사들이 각료, 당 간부 인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상당수가 아베 전 총리,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의 측근 인사라는 점과 교집합을 이룬다.

한국 청와대의 대통령 비서실장 격인 관방장관에 임명된 가토 가쓰노부 역시 일본회의 국회의원 모임 간담회 멤버다. 가토 관방장관은 장인의 정치적 기반을 물려받으며 처가의 성을 따르고 있는데, 그의 장인 가토 무쓰키 전 농림상은 아베 전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과 매우 유대관계가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역시 아베 전 총리의 측근그룹으로 분류된다.

기시 노부오 신임 방위상은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이다. 태어나자마자 외가로 양자로 보내져,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성을 따랐다. 그 역시 일본회의 멤버이자,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파 본능이 강한 캐릭터다.

반면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보다는 우파성향이 강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용주의적, 현실적 면모가 강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런 그가 우파 각료들 사이에서 중심추를 잡아,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스가 노선'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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