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률평가 잘못해도 고소 근거 허위 아니라면 무고죄 안돼”

      2020.09.17 12:00   수정 : 2020.09.17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소 근거로 내세운 사실을 허위로 볼 수 없다면 고소인이 법률적 평가를 잘못 했더라도 성폭행 무고죄로 처벌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여)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2016년 11월 서초동의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에게 의뢰, A씨에 대한 허위 고소장을 작성해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소장에는 A씨가 박사논문 지도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무인모텔에서 김씨를 상습적으로 간음했고, 강간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검찰은 두 사람이 내연 관계로,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을 뿐 성폭행하거나 지도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하해 간음한 사실이 없었는데도 A씨를 무고했다며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A씨는 지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나를 그루밍(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자행하는 성범죄)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뜨린 후 간음,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두 사람간 주고받은 문자와 A씨의 무혐의 처분, 김씨의 여러 차례 진술 변경 등을 토대로 “피고인이 “A씨로부터 강간을 당했다거나 지속적으로 의사에 반한 성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런 정황은 두 사람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은 이후 내연관계로 발전했다’는 A씨 주장에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피고인은 A씨에게 거리낌없이 애정표현을 하고, 교수와 제자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A씨를 전혀 어렵게 대하지 않으면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수시로 피고인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표현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감정적으로 취약해 A씨에게 정서적으로 종속돼 있거나 A씨가 피고인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관계에 대한) 피고인의 일관된 입장과 태도에 주목하면, 피고인이 A씨 행위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고소하면서 근거로 내세웠던 사실이나 사정 자체를 허위라고 볼 수 없는 이상 경우에 따라 피고인이 내린 주관적 법률평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언정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이 고소가 허위내용을 고소한 것이라고 인정한 주된 근거는 피고인이 A씨와 학교 외에서도 계속하여 연락을 주고받고 산책, 운동 등의 활동을 함께하거나 A씨 아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수시로 피고인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표현했다는 사정뿐”이라며 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강간죄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행위 시마다 1개의 범죄가 성립하고, 피고인이 이전에 A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는지나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는지는 고소사실이 허위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