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도 천사가 될 수 있다

      2020.09.17 18:05   수정 : 2020.09.17 18:12기사원문
"설마 망측한 습관이 놋땜질하여 부끄러운 감정이 전혀 뚫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무감각해진 건 아니실 테죠…오 그러시면 그 나쁜 습관은 던져버리시고, 나머지 좋은 쪽으로 좀 더 깨끗하게 살아주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러나 숙부의 침실로는 가지 마세요. 정절이 없거든 있는 척 가장이라도 하세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 제3막 4장에서 아들 햄릿이 아버지를 살해한 숙부와 재혼한 어머니를 향해 독설을 퍼붓는 장면이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이었던 아버지 햄릿이 급작스레 사망하자 아들 햄릿이 아버지의 살인자를 찾아내 복수를 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아들 햄릿은 자신의 아버지 햄릿 왕을 독살하고 왕좌마저 낚아채 간 숙부 클로디어스와 재혼한 어머니 거트루드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햄릿은 비록 아버지는 저세상 사람이 되었지만 정절을 지켜 유혹에 빠져들지 말 것을 어머니에게 간청한다. 하지만 어머니 거트루드는 습관의 유혹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갈 것을 요청하는 아들의 충고를 따르지 못한다.
결국 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해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다.

당신도 혹시 어떤 나쁜 습관이 있는가? 누구나 한두 가지 이상의 나쁜 습관이 있을 것이다. 비록 햄릿의 어머니 같은 용서받지 못할 정도의 나쁜 습관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쁜 습관은 처음에는 달콤한 유혹으로 서서히 빠져들게 하고서는 결국 몸을 망가뜨리고 영혼까지 갉아먹는다. 나아가 한 사람의 나쁜 습관은 자신의 심신을 어렵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끌어들이는 야수로 변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어떤 나쁜 습관이 있을까? 물론 어떤 정치인들에게서는 훌륭하고 배우고 싶은 습관들도 없지는 않지만. 그중 우리 사회를 힘들게 하는 나쁜 습관들 중에 하나는 거짓말, 특히 확증편향성에서 비롯된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웃음을 잃고 우울해하는 상황에서조차 누가 들어도 뻔한 거짓말을 당당하게 힘주어 얘기하고, 그 거짓말이 또 더 큰 거짓말을 낳고, 그 거짓말은 큰 구름이 되어 사회를 둥둥 떠다니고, 결국 국민들을 혼란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거짓말의 거짓말로 그저 자신들 지지층 끌어안기에만 전전긍긍하는, 이런 야수적 모습은 사고의 틀을 가두고 열린 시각으로 사안을 보려는 용기를 갖지 못하게 한다. 결국 나쁜 습관이 발전적 사고의 틀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덫이 되어 위기의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이런 우리 지도자들의 악습 속에서 우리 국민도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마치 거트루드처럼 망측한 습관이 놋땜질하여 부끄러운 감정이 전혀 뚫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지. 못된 습관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담하고도 암담하다.

햄릿은 어머니를 향해 외친다.
"습관이라는 괴물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각을 먹어 삼켜 죄다 없애버리지만, 천사와 같은 놀라운 능력도 가지고 있어 좋은 행동을 하면 처음에는 어색한 옷 같지만 어느새 몸에 꼭 어울리게 됩니다."

우리 국민은 나라의 리더들에게 외친다.
마치 햄릿이 어머니에게 간곡히 애원하는 심정으로 "제발 나쁜 습관의 야수를 내던지고, 국민과 나라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좋은 습관의 천사를 끌어들이십시오."

좋은 습관은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약력 △69세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서울대 인문대학장 △서울대 교육부총장 △한국셰익스피어학회 회장

변창구 경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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