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항소이유 없이 형량만 높여…대법 "위법, 더 무거운 선고 안돼"

      2020.09.18 06:01   수정 : 2020.09.18 06:01기사원문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검사가 항소할 때 항소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쓰지 않았다면 적법하지 않기 때문에 원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5월 성남시 분당구 한 도로에서 2차로에 정차하고 있던 B씨의 차량과 부딪혀 운전자와 동승자에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히고, 별다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A씨가 약물로 인해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운전해 사고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가 전날 오후 9시께 약을 복용한 것으로 교통사고 발생 시각엔 그 효능이 미치지 않는 상태였다고 판단, 이 공소사실은 무죄로 봤다.

2심은 A씨가 약물로 인해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이를 무죄로 판결한 1심이 옳다고 봤다.

다만 A씨가 사고를 일으켜 운전자와 동승자에 상해를 입혔는데 현장을 벗어난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검사가 1심의 유죄 판결에 대해 항소할 때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이라고 기재했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쓰지 않아 적법한 항소이유라 볼 수 없다"며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유죄부분에 대한 양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를 제기하면서도 구체적인 항소이유를 적지 않았기 때문에,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1심 판결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이상 A씨에 대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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