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폐업 늘자 폐가구 적체 심화
2020.09.19 10:00
수정 : 2021.04.23 15:12기사원문
19일 한국목재재활용협회에 따르면 최근 인천 소재 생활폐기물처리 대행업체들이 폐가구 반입을 꺼리면서 관내 공동주택(아파트) 단지에 생활 폐가구가 쌓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생활 폐가구의 대부분은 합판, 파티클 보드 등 판목재에 플라스틱, 코팅재 등이 부착된 폐목재다. 다른 폐목재보다 유해물질 함유량이 많아 소각돼 왔지만, 최근엔 고형연료제품(SRF)으로 사용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인천시는 10여년 전부터 폐기물처리시설 용량 부족과 소각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활 폐기물 처리 대행업체를 통해 폐가구를 수거한 뒤 집하장에서 분리해체하고 있다. 분리해체된 목재는 산업체나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연료로 공급된다.
하지만 최근 폐가구 발생량이 늘어나면서 폐목재 적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식당 등의 폐업률이 증가하면서 실내 인테리어용 목재, 철거목 등이 기존보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 폐가구 처리업체 관계자는 "폐목재 재활용량은 실제 재활용시설로 반입되는 양보다 적어도 100만t 이상은 많을 것"이라며 "여기에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서 나오는 폐목재도 늘어나고 있어 기존 수거량보다 몇 배는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는 5t 트럭으로 하루에 2번씩 오갔다면, 최근에는 이 횟수가 한 번으로 줄었다. 처리업체에서 수요처로 넘기는 폐목재 양은 일정한데, 들어오는 폐목재는 더 쌓이면서 처리업체가 난감해진 것이다.
입고량이 늘어나면서 입고처리비도 인상됐다. 협회가 수도권 폐목재 유통 상황을 조사한 결과 유해물질 함유량이 많은 생활 폐가구나 실내 인테리어 해체목의 경우 인천과 경기 북부권 재활용 업체에서는 1t당 7만원, 경기 남부권 처리업체에선 4만원 수준으로 받고 있었다.
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처리업체에 무상으로 주는 경우도 있었고, 2만~3만원 정도를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입고량이 늘어나면서 입고처리비도 인상됐다"며 "폐가구는 더 쌓이는데, 처리비가 비싸니까 더 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재활용될 수 있는 폐목재들이 부당한 방식으로 SRF 용도로 쓰이면서 폐목재가 쌓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부는 지난 2016년 폐목재를 사업장일반폐기물 14종, 생활폐기물 3종, 건설폐기물 1종 등 18종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세부 분류에 따라 생활계 폐기물인 폐가구는 '91-'로, 사업장폐기물을 '51-'로 분류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처리 현장에서는 사업장 폐기물 분류번호인 '51-'로 분류돼 유통된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지자체는 폐기물 발생 시 이 세부 분류에 따라 '올바로시스템'에 입력해야 하지만, 대행업체에 처리를 맡긴 인천시의 경우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자체가 올바로시스템에 위탁 처리 물량 등 폐가구 처리 정보를 입력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대행업체에서도 정보를 입력하지 않는다"며 "결국 재활용이 가능한 폐목재마저도 SRF 발전소 연료로 쓰이면서 폐목재는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 전반을 관리하는 환경부는 해당 사안이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에 문제를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폐목재가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이를 관리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활 폐가구는 기본적으로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시장원리로 잘 돌아가지 않는 폐기물은 EPR 대상이지만, 폐목재는 유가성이 있기 때문에 EPR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협회 측은 코로나19로 늘어나는 폐목재 적체를 막으려면 폐목재 분류부터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오염물질 혼입 여부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원목을 물리적으로 가공한 순수 목재는 폐기물이 아니라 순환자원으로 간주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며 "환경부도 복잡하게 등급을 나누기만 하고, 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 순수 목재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폐목재 재활용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