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아베보다 현실적… 한·일관계 실마리 풀것"

      2020.09.21 17:46   수정 : 2020.09.21 19:01기사원문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는 전략적 인물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관계개선 가능성을 전망하기는 매우 어렵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21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스가 내각 출범 이후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에 비해 예측이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스가는 이런 사람이다' '일본은 이렇다'는 식으로 먼저 결론을 내리고 접근하면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면서 "향후 스가 내각의 움직임에 따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략을 구사하라는 의미다.


호사카 교수는 2003년 귀화한 일본계 한국인 정치학자다. 국내에선 손꼽히는 한·일 관계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최근 아베 전 총리 건강이상설 초기부터 일본 총리 교체 가능성을 앞서 제기, 그의 예측이 주목을 받았고 결과가 적중했다. 그런 만큼 그는 일본 정치권에도 정통하다는 호평을 받는다.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된 양국 갈등은 지난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일본기업 배상 판결' 문제, '수출규제' 문제로 번졌고 양국 국민의 감정대립으로까지 이어지며 파탄 국면을 맞았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이 거듭되면서 한·일 관계는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전망이 양국 모두에서 나온다. 그만큼 좋아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황이 악화될 뇌관도 곳곳에 있다는 것이 호사카 교수의 전망이다.

호사카 교수는 한·일 관계의 긍정적 요인으로 "스가 신임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비해 현실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우익) 이념에 덜 함몰된 인물이라는 점, 한국에서 아베 전 총리의 이미지가 나빴던 것을 고려하면 한·일 관계도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사태에 연기돼 내년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 미국이 대중 견제를 목표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한다는 점도 양국 간 관계개선에 긍정적 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는 "스가 총리는 '아베 시즌2'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자신의 파벌을 구성해 '마이웨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베 내각에서 한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이마이 다카야 총리 보좌관이 아베 총리의 당부에도 사실상 한직으로 밀려난 것도 그런 측면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다만 "대한(對韓) 강경파의 퇴진이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낮다"며 "이런 측면은 일본 내부의 정치적 변동에 그칠 것이고, 스가 총리는 당장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운 한·일 관계 회복보다는 당면한 문제인 미·중 갈등에서 일본의 역할, 코로나19 대응과 경제회복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일 갈등이 일본 입장에서는 전체 외교에선 우선순위가 높은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스가 내각이 현상유지 정책을 펴면서 장기적 정상화 가능성을 노린다는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11월 말 한국에서 개최가 추진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스가 총리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일 갈등에 속도를 낼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정상회의 계기 문 대통령을 만나는 것보다 자신이 새 판을 짜는 조기 총선을 총지휘하는 것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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