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엽 미련 못버린 롯데, 모험 통할까
2020.09.23 17:00
수정 : 2020.09.23 17:34기사원문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시돼온 나승엽(18·덕수고)을 호명했기 때문이다. 나승엽은 당초 메이저리그 구두계약이 알려지면서 드래프트 대상에서 제외됐다. 롯데는 일찌감치 1차 지명에서 그를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포수 손성빈(18·장안고)을 낙점했다.
어차피 메이저리그로 갈 선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 2라운드서 롯데는 돌연 나승엽 지명 강행으로 급선회했다. 롯데는 드래프트에 앞서 10개 구단 공히 나승엽을 포기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몇몇 구단이 나승엽을 지명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한 박자 빠르게 치고 나온 것이다. 롯데는 나승엽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되면 투·포수에서 내야수까지 중요 포지션 고교 정상급 선수 세 명을 한꺼번에 낚는 횡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호박이 넝쿨째 롯데 쪽으로 굴러 떨어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고교 정상급 투수 김진욱은 계약금 문제로, 나승엽은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가 워낙 확고부동해 자칫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 우려마저 있다.
김진욱은 중학교 시절 전학으로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실력은 전체 투수 중에서도 장재영(덕수고)과 함께 랭킹 1, 2위를 다투고 있다. 장재영이 오른 손 투수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면 왼 손은 누가 뭐래도 김진욱이 으뜸이다.
장재영의 계약금에 대해선 2018년 안우진(키움)이 받은 6억원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진욱은 2차 지명이라는 이유로 그보다 훨씬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야구계 주변 전언이다. 2018년 2차 1순위로 입단한 강백호(KT·4억5000만원)가 기준점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김진욱을 길러낸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진욱이는 2학년 때 최동원상을 받은 투수다. 3학년 때는 대통령배 MVP를 수상했다.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롯데는 2001년 추신수(당시 부산고)를 1차 지명하고도 5000만원 차이로 메이저리그 구단(시애틀 매리너스)에 빼앗긴 아픈 기억이 있다. 계약금을 둘러싼 롯데와 김진욱의 샅바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승엽의 경우는 금액보다 마음을 얻느냐에 달려있다. 롯데 성민규 단장은 "내년 1월까지 승엽이의 마음을 돌려놓겠다"고 다짐한다. 1월이면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메이저리그 신인 계약 봉인이 해제되는 시점이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은 "이미 각 구단 스카우트들에게 승엽이의 결정에 대해 통보해주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가 확고하다. 그런데도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지명한 것 같다"며 사실상 끝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나승엽은 우투좌타로 이른바 5툴(정확도, 파워, 수비, 어깨, 빠른 발)을 두루 갖춘 내야수다. 미네소타와 80만달러(약 9억원)에 입단하기로 구두 합의한 상태다. 롯데가 지갑을 열어 김진욱과 계약하고, 나승엽의 마음을 사직구장에 묶어두는데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