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급증-재무건전성 악화 '한계기업 뇌관'

      2020.09.24 11:00   수정 : 2020.09.24 1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의 대출이 크게 확대되면서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대출 비중이 치솟고 있지만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폭을 확대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폭증한 기업 대출과 상호금융에서 확대되고 있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건전성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GDP 대비 기업신용 비중 확대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0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020년 2·4분기말 기업신용은 2079조5000억원(추정치)으로 증가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1930조원, 지난해 4·4분기에는 1955조4000억원, 올해 1·4분기 2021조3000억원에서 점차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 불확실성에 대응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GDP대비 기업신용 비율도 101.9%로 크게 늘었다. 이는 전년말(108.6%)보다 6.7% 크게 상승한 수치다.

실제 올해 2·4분기 금융기관 기업대출은 1296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자금수요가 집중돼 큰 폭으로 증가하고 회사채도 순발행을 지속했다.
그러나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악화됐다. 매출액 증가율은 항공, 숙박음식, 조선 업종 등을 중심으로 마이너스폭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1·4분기 -1.5%에서 올해 1·4분기 -2.1%로 감소했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역시 영업이익 급감 등으로 4.7배에서 3.1배로 상당폭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경기회복 지연으로 향후 기업의 신용위험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은행권 대출증가율, 7년만에 비은행 상회
상반기중 국내은행 대출을 보면 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신용공급이 나타나고 있다. 2020년 6월말 현재 대출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0.1%로 2013년 9월말 이후 처음으로 비은행(10.0%)을 상회했다. 업종별로는 주로 도·소매, 숙박·음식, 운수·창고 등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 보증부(20.6월말 20.9%, 전년동기대비) 및 신용(10.0%) 대출 증가율이 담보대출(6.8%)을 크게 상회하면서 담보대출 비중은 2019년말 54.8%에서 올해 6월말 53.0%로 감소했다. 기업대출의 경우도 코로나19에 대응해 소상공인에 대한 보증부 대출이 크게 늘고 그간 감소세를 지속하던 신용대출도 증가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만기 미도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부담 경감 등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9년말 0.77%에서 2020년 6월말 0.71%로 축소되고 연체율도 이 기간 0.36%에서 0.33%로 개선됐다. 또 2020년 상반기중 여신 현황을 보면 비한계기업(2019년 기준)이 41조원 늘어난 반면 한계기업 여신 증가는 7000억원에 그쳤다.

신용대출 부실 가능성...잠재리스크 우려
그러나 상반기중 나타난 은행 대출의 주요 행태를 감안할 때, 잠재리스크는 유의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실물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상반기중 급증한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며, 내년 3월까지 연장된 금융지원 조치가 추후 종료될 경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에도 신용대출 증가세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은행의 신용위험 관리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저신용등급에 대한 연체율 비중이 올해 6월 현재 가계신용 0.44%/3.5%, 주택담보대출이 0.17%/1.6% 등으로 신용대출의 경우 부실 가능성이 담보대출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계기업이 지난해보다도 크게 늘어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계기업에 대한 여신은 전체 외부감사기업 여신의 22.9%인 175조6000억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2020년 6월말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의 경우 3.24%로 2017년말(1.60%) 이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액 증가율은 2016~17년중 연평균 20.3%에서 2018~19년중 75.6%, 2020년 6월말 59.0%(전년동기대비)로 크게 확대됐다.


한은은 "이자유예 등 금융지원 정책의 영향으로 기업의 신용위험이 일부 이연되고 있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재무지표를 기초로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할 경우 실제보다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상호금융 기업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한 복원력 확충 노력이 강화될 필요하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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