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피격사건 ‘제2의 박왕자 사태’..남북관계 격랑
2020.09.24 14:11
수정 : 2020.09.24 15:09기사원문
연락사무소 폭파보다 더 심각..제2의 박왕자 사태
이번 사태는 비무장 민간인이 북측 상부의 지시에 따른 피격으로 사망했고 시체도 소각됐다는 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하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게 됐다.
군도 격앙된 모습이다. 이날 국방부는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를 ‘만행(蠻行)’으로 규정했다. 군이 유감 표시를 넘어 북측의 행동을 비판하며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것은 이 정부 들어 이례적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이번 정부 들어 가장 강력한 대북메시지일 것”이라면서 “국방부의 입장이 청와대 전반의 확인 이후에 나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 당국 역시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력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이번 사안은 정전협정 위반의 성격도 있고 국제법상으로 전시 민간인보호에 관한 제네바 협약에도 위반되는 것”이라면서 “구조를 하지 않고 바로 총부터 쏜 것은 명백한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北 비상식적 대응, 남북관계 파탄 불가피할듯
군은 북측의 피격으로 사망한 A씨의 월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통신 등을 통해 상대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했고 시체를 소각한 사실 자체는 분명하다.
북한의 명백하고 일방적인 적대행위가 지속되고 있고 우리 국민 사망에 대해 북한에서 입장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다시 격랑 속에 빠지게 됐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노렸던 정부의 입장은 굉장히 난처해졌고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이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작은 접근’을 통한 남북 교류협력 추진도 동력을 상실했다.
박 교수는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이어지는 대남 적대정책의 연장선이고 대적관계로 돌아선 북한과의 교류협력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이번 사태에 대해 “남북관계에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월경과정이 어떻더라도 우선 신병을 확보해 알리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공분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국경차단을 하고 접근금지를 명하고 있는 상황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북한의 행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