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北 민간인 피격에도 "합의 위반 아니다"..그래도 남북관계 깨졌다
2020.09.24 17:14
수정 : 2020.09.24 17: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지도선 선원인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원거리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졌다. 아울러 시신도 일방적으로 화장했다고 우리 군은 24일 공식확인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
군의 이같은 신중모드에도 비무장 상태로 해상을 표류하던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파국이 불가피해졌다.
■靑·軍, 9.19군사합의 위반에 선그어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9.19 군사합의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 발표 전에 군에선 북한이 우리 국민에 사격을 가한 것이 9.19 군사합의 위반인지에 대한 질문에 "넘어온 인원을 사격하라 마라하는 것은 없다"며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북 친화적인 현 정부의 기조에 맞춘 것이란 분석 속에 확전 양상을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한 반응이란 지적이다.
지난 21일 오전 해당 공무원이 실종을 확인된 것을 확인한 군은 22일 오후 3시30분께 해당 공무원이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 이후 북한군이 해당 공무원을 향해 같은 날 밤 9시40분께 총격을 가했고, 군은 불태우는 장면을 같은 날 밤 11시~12시 사이에 청와대에 보고했다.
군은 이러한 과정을 모두 파악했으나, 상응하는 조치는 취할 수 없는 여건임을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남북간 군사적 대응조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었다"며 "이건 분명히 북측해역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고 저희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즉시 대응하는 그런 사안은 아니었다"고 강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격이 완충구역 안에서 화기를 사용한 것은 적대행위로, 9.19 군사합의 위반 아니냐는 지적에도 "9.19 군사합의 내용에 없다"며 단언했다. 9.19 군사합의에 따르면 완충구역 내에서 제한하는 것은 포격임을 강조, 세부적으로 합의 위반은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신범철 한국국가전력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이번 사안은 정전협정 위반의 성격도 있고 국제법상으로 전시 민간인보호에 관한 제네바 협약에도 위반되는 것"이라면서 "구조를 하지 않고 바로 총부터 쏜 것은 명백한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제2의 박왕자 사태, 남북관계 어쩌나
이번 사태는 비무장 민간인이 북측 상부의 지시에 따른 피격으로 사망했고 시체도 소각됐다는 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하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게 됐다.
지난 2008년 당시 금강산 관광객이던 박왕자씨가 북측 초병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며 남북관계는 순식간에 급랭됐고 곧이어 대결국면으로 치달았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협력을 아무리 강조하는 정부라 해도 기존 적극적 대북정책 기조를 이어가기는 어려워졌다.
북한의 명백하고 일방적인 적대행위가 지속되고 있고 우리 국민 사망에 대해 북한에서 입장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다시 격랑 속에 빠지게 됐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노렸던 정부의 입장은 굉장히 난처해졌고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이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작은 접근'을 통한 남북 교류협력 추진도 동력을 상실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이어지는 대남 적대정책의 연장선이고 대적관계로 돌아선 북한과의 교류협력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남북관계에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월경과정이 어떻더라도 우선 신병을 확보해 알리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공분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차단을 하고 접근금지를 명하고 있는 상황은 알려진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북한의 행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