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매출 추락하는데 대출은 GDP 추월… 신용위험 뇌관 터질라

      2020.09.24 17:03   수정 : 2020.09.24 18:23기사원문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대출 비중이 치솟고 있지만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 폭을 확대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폭증한 기업 대출은 보증부 대출과 신용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신용위험을 높이면서 코로나19 위기 속 한국경제의 잠재적 리스크로 우려를 낳고 있다.



GDP 대비 기업신용 비중 확대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020년 2·4분기말 기업신용은 2079조5000억원(추정치)에 달한다. 지난해 3·4분기 1930조원, 지난해 4·4분기에는 1955조4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4분기 2021조3000억원으로 증가하며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실제 올해 2·4분기 금융기관 기업대출은 1296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자금수요가 집중돼 14.9% 큰 폭으로 증가하고 회사채도 6조4000억원 발행하며 순발행을 지속했다. 코로나 불확실성에 대응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노력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명목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도 올해 2·4분기 108.6%로 늘었다. 이는 1·4분기 105.1%, 지난해 4·4분기 101.9%에서 점차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악화됐다. 매출액 증가율은 항공, 숙박음식, 조선 업종 등을 중심으로 마이너스폭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1·4분기 -1.5%에서 올해 1·4분기 -2.1%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경기회복 지연이 향후 기업의 신용위험으로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발 기업대출 주시


올해 상반기 중 국내은행 대출을 보면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적극적이다. 올해 6월 말 현재 은행권 대출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10.1%로 2013년 9월 말 이후 처음으로 비은행(10.0%)을 상회했다. 대기업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대출물량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 금융지원 대상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도 은행이 주 채널 역할을 하면서 은행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주로 도·소매, 숙박·음식, 운수·창고 등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은행들의 신용위험은 올해 2·4분기 42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일례로 기업대출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한 소상공인 보증부 대출이 크게 늘었다. 올해 2·4분기 보증대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6% 증가했다. 그간 감소세를 지속하던 신용대출도 올해 1·4분기 4.1% 증가세로 돌아선 후 2·4분기에는 8.9%로 증가폭을 확대했다. 올 상반기 중 나타난 은행 대출의 행태를 감안할 때, 잠재리스크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물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상반기 급증한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고, 내년 3월까지 연장된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한계기업 대출은 지난해 대기업이 70조5000억원으로 전년(11조원) 대비 크게 증가했고, 업종별로는 부동산(2018년 14.8조원 → 2019년 20.6조원), 자동차(2.6조원 → 4.5조원), 도소매(4.1조원 → 5.2조원) 등을 중심으로 증가액이 많았다.

하반기 신용대출 부실 우려


올 하반기에도 신용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은행들의 위험부담은 높다는 평가다. 신용대출의 경우 부실 가능성이 담보대출에 비해 높아서다. 올해 6월 기준 가계신용의 연체율은 0.44%로 주택담보대출(0.17%)보다 높고 저신용등급 비중 역시 가계신용이 3.5%로 주담대(1.6%)보다 높다.


또 빠르게 상승하는 상호금융권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2020년 6월 말 상호금융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24%로 2017년 말(1.60%) 이후 상승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가계신용은 증가세가 점차 확대된 가운데 기업신용도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에 증가세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며 "가계부채 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한 상황이나 연체율이 비은행 중심으로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재무건전성은 국내외 경기침체 등 부진에 다소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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