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총리 지명자 사퇴, '베이루트 참사' 혼란 가속
2020.09.26 22:38
수정 : 2020.09.26 22: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지난달 수도 베이루트 폭발 참사 이후 정치 혼란이 극심해진 레바논에서 신임 총리 지명자가 지명 약 1개월 만에 사퇴했다. 독일 주재 레바논 대사 출신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무스타파 아디브 지명자는 새 내각 구성에서 기존 정치 원로들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디브는 26일(현지시간) 현지 TV 방송에 출연해 "정부를 구성하는 일을 그만둔다.
아디브는 자신이 구성하고자 했던 내각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명백해진 이후에도 정부 구성 임무를 계속한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에 이어 이 어려운 임무를 하도록 선택된 사람에게 행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4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인화성 질산암모늄 2570t이 폭발해 190여명이 사망했다. 현지에서는 부패한 정부의 관리 부실이 사고를 불렀다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하산 디아브 총리가 이끌던 레바논 내각은 폭발 사고 엿새 뒤인 지난달 10일 총사퇴했다. 정치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아디브는 독일 주재 대사 자리를 떠나 지난달 31일 새 총리로 지명됐다.
관계자들은 아디브가 내각 구성에서 이슬람 종파주의를 타파하려 했으나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아디브는 이슬람 수니파 출신이다. 레바논은 이슬람뿐만 아니라 마론파 기독교 및 그리스정교 등 18개 종파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치에서도 권력 안배를 위해 종교를 반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직은 마론파 기독교 인물이 가져가고 총리와 국회의장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 출신 인물에게 돌아간다.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레바논은 지난 3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지원 협상은 정체되어 있다. 레바논은 여기에 코로나19와 베이루트 참사까지 겹치면서 1975~1990년 내전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과거 레바논을 식민통치했던 프랑스는 국제지원그룹(CEDRE)을 만들어 참사 수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고 직후 레바논을 방문해 레바논이 정치 및 경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레바논 정부는 프랑스에 이달 중순까지 내각 구성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디브의 사퇴로 상황이 어려워졌다. 프랑스는 아디브 사임과 관련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