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택시 산업과 탄력요금제

      2020.09.29 18:05   수정 : 2020.09.29 18:05기사원문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 운송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 대중교통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8월 중순 이후 전년동기 대비 평일 30.5% 감소했고, 택시는 올 8월 운행건수가 전년 대비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은 큰 차이가 없지만 대중교통과 달리 정부의 운영보조금 혜택이 없고, 최근 기사 수도 12%나 감소한 택시산업의 위기감은 더욱 심각하다.

대응을 위해 대중교통의 경우 서울시가 기본요금을 200∼300원 인상하는 방안을 두고 검토에 들어갔지만, 택시는 요금을 인상하면 이용자가 더욱 감소하기 때문에 대안으로 정부에 탄력요금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탄력요금제는 온라인 플랫폼 보급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정보 불일치 현상이 해소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항공요금, 호텔숙박료, 숙박공유 에어비앤비, CGV 극장입장료, 전기료 등에서 시작해 최근 들어 우버의 승차공유 요금, 일본 편의점체인 로손의 도시락 가격, 골프장 입장료 등으로 범위가 확대돼 디지털경제의 핵심 요소로 정착되고 있다. 관련 컨설팅업체 비욘드 프라이싱에 따르면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면 매출을 약 40%까지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경쟁사 가격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최저가를 제시함으로써 코로나 시대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이 가장 대표적인 탄력요금제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탄력요금제 도입에 대한 택시업계의 지속적 요구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여온 정부는 최근 디지털뉴딜 사업 일환으로 탄력요금제 도입에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판 뉴딜 법제도 개혁 및 입법 추진과제에 인공지능(AI) 기반 선결제 택시를 선정하고 탄력요금제 허용을 위한 여객자동차법의 정비를 마쳤고, 과기정통부는 올해 6월 스마트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주행시간과 거리에 따라 택시요금을 탄력적으로 산정하는 KST모빌리티의 앱미터기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임시허가를 해 탄력요금제 시행을 위한 기반 여건을 조성했다.

택시 승객들이 앱미터기를 사용하면 출발지 주변에서 이용 가능한 택시의 위치와 목적지까지 요금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대기시간을 줄이고, 가장 저렴한 요금을 제시하는 택시를 선택해 금전적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탄력요금으로 택시 공급을 늘려 첨두와 심야 시간 승차난을 줄이는 동시에 기사수입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합승요금제, 구독요금제, 시간제요금제 등 요금제를 다양화해 승객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할 수 있다. 강화학습 기반의 탄력요금제 연구를 수행한 홍익대 송재인 박사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기본요금의 1.6배가량 요금을 할증하면 심야시간대 시 외곽지역 승객의 승차난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탄력요금제를 통해 택시이용 수요가 늘면 자가용 이용이 줄어 혼잡이 개선되고, 대중교통의 혼잡도도 낮아져 대중교통으로 인한 감염 위험을 완화할 수도 있다.


우버, 디디추싱 등이 승차공유 서비스에 지역, 시간, 운행거리 등에 따른 탄력요금제를 도입한 후 세계적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이 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제도가 도입되면 우리의 택시산업의 경영여건은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이용객의 부담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브라질 상파울루시의 우버프로모처럼 비첨두 시 요금을 할인해 이용객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동시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가격담합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철저한 감독도 필요하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前 한국교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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