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엔터주 한계 뚜렷…BTS 의존도 극복할까?
2020.10.04 09:00
수정 : 2020.10.04 11:54기사원문
4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빅히트 5일부터 6일까지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고 1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증권 업계에서는 빅히트가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로 상승)을 기록해 주가가 35만1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지난달 25일 기준 62조6579억원을 기록 중이다. 빅히트 시가총액도 약 12조5000억원까지 증가해 코스피 시장 시총 20위권 진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다만 카카오게임즈 때와 마찬가지로 초반 ‘오버슈팅’으로 인한 주가 급상승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카카오게임즈는 ‘따상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2일 연속 상한가)’ 후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며 최고점(8만1100원) 대비 2주 만에 38%나 급락하며 5만1200원에 거래된 바 있다.
무엇보다 빅히트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엔터주의 한계를 벗어나야한다는 분석이다. 엔터주는 예측할 수 없는 외부 환경 변수와 특정 소속 연예인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너무 높고 루머 등에 민감한 투자심리가 약점으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매출 비중의 절반을 차지한 빅뱅 멤버들의 군입대 소식과 멤버 승리의 ‘버닝썬’ 이슈, 멤버 탑의 대마초 흡연 혐의 등이 나올 때마다 목표주가 하향 조정됐고 주가도 출렁였다.
빅히트도 BTS 멤버들의 군입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80%에 달하는 매출이 BTS라는 단일그룹에서 발생하고 있고 아티스트와의 계약 문제, 평판 하락,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 미디어 환경 변화, 이용자 취향 변화 가능성 등 변수가 많다.
이에 빅히트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위버스’라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 엔터주와는 다른 길을 걸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위버스는 빅히트 아티스트와 팬들이 사용해온 커뮤니티 서비스 플랫폼이다. 빅히트는 이를 통해 온라인 공연 등의 콘텐트는 물론 티셔츠·모자 같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4월과 6월 위버스를 통해 선보인 BTS의 온라인 콘서트인 ‘방방콘’은 107개국에서 동시 접속자 수 75만 6000여명, 기획상품(MD) 매출 154억원, 티켓 매출 144억원을 벌어들였다. 8월 기준 위버스의 누적 가입자 수는 860만명, 월간활성사용자(MAU)는 470만명(빌보드 1위 직전 수치)에 달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비슷한 시기 온라인 콘서트를 연 슈퍼주니어(12만), 트와이스(10만) 등을 압도했고,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한 SM·JYP와 달리 자체 플랫폼으로 중계하면서 수익(약 260억원)도 전액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빅히트는 다른 기획사와 달리 전통적인 엔터 산업에 IT 기술을 접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게임 개발회사인 ‘수퍼브’를 인수해 게임 산업에도 진출했다. 투자설명서에서 자사의 기업가치 산정 시 비교기업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를 지목하며 단순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넘어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나타낸 것이다. 아티스트의 활동 중단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MD·영상콘텐츠·게임·교육 등 아티스트 IP로부터 파생된 2차 저작물 중심의 사업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 콘텐츠 및 IT 플랫폼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데이터베이스, 정보기술(IT), R&D(연구개발)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박지원 빅히트 국내조직 최고경영자(CEO)는 넥슨코리아 대표 출신이고 김태호 CSO는 다음커뮤니케이션, 김중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카카오M 출신이다. 최소영 빅히트 CPSO와 신영재 빅히트 VP도 각각 네이버, 넥슨 출신이다.
상장으로 인한 자금이 대거 들어오면 추가적인 인수·합병(M&A)도 진행될 전망이다. 이미 쏘스뮤직(여자친구)이나 플레디스(세븐틴·뉴이스트)와 같은 동종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를 인수했고 상장 이후 추가적인 합병도 계획 중이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히트는 플랫폼, 공연 제작,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며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