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코로나 충격,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도"
2020.10.05 15:24
수정 : 2020.10.05 15: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세계의 코로나 충격이 수요·공급 불확실성을 높여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업·가계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부채가 증가하면 연쇄 파산이 발생하고,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내년 이후 세계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난다는 해도 경기회복 정도는 국가부채 관리 등 정책효율성에 따라 국가간 비대칭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KIEP 3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경제 전문가들의 이같은 진단과 함께 코로나 위기에 선제적이며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모색됐다.
이날 세미나의 대주제는 '세계경제와 아시아의 시대'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V'자형 경기회복을 시현하기 위해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과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양두용 경희대 교수는 '세계 경제 전망과 한국의 전략'을 주제로 "코로나19 충격은 의료→공급→수요→금융 충격으로 이어져 최종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내년에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코로나 충격이 금융 충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금융 위기로의 전개는 세계적인 위험 회피 정도를 높여 안전자산으로의 회귀 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이로 인해 신흥국 및 개도국의 자본 유출이 확대되고 환율 절하 등으로 이어져 해외자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제 취약성이 노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우리는 대내적으로 확고한 확대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경기침체 곡선을 완만히 유도함과 동시에 금융 시스템 안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경기 회복기에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환율 전쟁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 공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데이비즈 바인즈 옥스퍼드대 교수도 "코로나 위기가 모든 국가의 경제정책 수립에서 국제공조의 중요성을 증대시켰다.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제금융협력"이라고 했다.
안성배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 주체들은 보건위험 인식을 내재화하고, 각국의 위기대응 결과로 구조적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건위험 내재화는 비대면·디지털 경제를 확대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의 지역화· 다핵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게 안 실장의 분석이다.
코로나발 글로벌 생산체계 재편에서 한국의 리더십 확보도 주목된다.
무키사 키투이 무역투자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은 기조발표에서 "코로나19가 △리쇼어링 △지역화 △복원력을 강조한 글로벌 생산체계의 재편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 모두가 디지털 소비자이자 생산자라는 점에서 디지털 무역은 포스트코로나시대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IT 강국 한국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국제 통상환경에 선제적인 대응도 주문했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현 디지털 국제통상질서는 'FTA 쪼개기'를 통해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디지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며 "IT 강국이자 디지털 서비스무역의 개방성이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통상환경 변화에 세심한 주의와 대응전략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 '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피터 드라이스데일 호주국립대 교수는 "지금의 무역규칙은 디지털과 같은 중요 요소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WTO 분쟁해결제도 등 국제무역규칙이 손상되고 있다는 점 △보호무역주의의 등장과 미·중간 무역전쟁, 기술 디커플링 등으로 인해 아시아 경제 변혁은 아직 미완의 단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박복영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정 총리는 축사에서 "현재 세계는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침체, 미·중 갈등,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큰 도전과제에 직면했다. 이 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흥종 KIEP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후변화, 감염병, 디지털 무역 등 신글로벌 이슈가 부상할 것이다. 글로벌 환경변화 속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