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대북보조금 누락에도 통일부 "흔한 일"
2020.10.05 16:56
수정 : 2020.10.08 16: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북 인도적 시민단체들에 지급된 국가 보조금 마저 공시에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이 상임대표로 있는 '겨레의 숲'을 비롯해 '기후변화센터' 등 주요 대북시민단체들의 공시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로 촉발됐던 시민단체들에 대한 보조금 공시 누락 현상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보조금 집행임에도 통일부는 이같은 공시 누락에 대해 "흔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5일 파이낸셜뉴스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을)을 통해 입수한 60여개 시민단체들의 대북지원자금 사용보고서 가운데 '겨레의 숲'의 경우, 2018년 12월께 3900만원의 국제회의 관련 보조금을 받아 3400만원을 사용했으나 공시에는 누락했다. 아울러 2017년 해당 사업 보조금 1830만원 또한 공시조차 되지 않았다.
2019년 공시에도 해당 내역을 누락한 '겨레의 숲'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고 김기현 의원 측으로부터 국정감사를 받게 되자 뒤늦게 정정에 나섰다.
문제는 통일부의 자세라는 지적이다.
통일부는 국세청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임을 전제로 '겨레의 숲'에 대해 "의무공시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국세청에 결산서류를 신고할 의무는 없으나 담당자의 착오로 잘못 제출됐다"며 "겨레의 숲 관할 세무서에선 보조금 신고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안으로 확인됐다"가 밝혔다.
의무대상이 아니기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안으로 얼버무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대목이다.
'겨레의 숲'은 해당 사업 항공료 1440만원에 대한 증거서류에서도 탑승권은 누락한 채, 이체확인증 등으로 대체했다. 그럼에도 정산신청금 1378만원은 모두 인정됐다.
'겨레의 숲'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문회계지원이 아니다 보니 누락했고, 관련된 설명자료가 있어서 해명해 문제없는 것으로 했다"며 "저희가 의무공시할 의무가 있는게 아닌데 실수로 공시를 올려서 일이 이렇게 된 것 같다. 다시 추가수정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센터'도 2019년 12월, 북한 국토환경보호성을 대상으로 국제삼림연구센터(CIFOR)와의 협력 논의에 1500만원을 받아 1400만원을 사용했으나, 해당연도 공시에는 기재하지 않았다. '기후변화센터' 관계자는 "담당 회계사무소가 해당 공시를 한차례 수정해 재공시하는 과정에서 정부보조금 내역이 실수로 다른 항목에 포함된 점을 발견했다"며 "센터에선 오류를 발견하자마자 정부 보조금 내역을 수정해 재공시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아니나 통일연구원은 2015년에 두차례 열린 결핵지원 세미나 관련 보조금을 총 7168만원을 밝히지 않았다. 통일연구원 측은 "서울대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통일연구원이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5년간 남북협력기금의 인도적 지원금 지급내역을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관리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122억원의 지원금이 2016년에는 5억원대로 급감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13억 2200만원, 2018년에는 26억6100만원으로 늘었다. 2019년에는 313억9400만원, 올해에는 9억7700만원 지원금이 진행됐다. 그러나 지원금을 사용한 평균 집행금 비율은 25%에 그친다.
김기현 의원은 "국민세금이 대북 인도적 지원금이라는 명목 하에 묻지마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제2, 제3의 정의연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국감에서 공시누락 등 회계 부실관리 실태를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