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쇼핑
2020.10.05 18:11
수정 : 2020.10.05 18:11기사원문
1960년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요트를 처음 봤다는 국내 관객도 있었다. 사기극의 종말이 닥치기 전 알랭 들롱은 이런 말을 한다. "햇살이 눈부실 뿐이에요. 그것 빼놓고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상아빛 요트는 그 자체로 부의 상징으로 통했다.
역사적으로 요트 종주국은 네덜란드다. 17세기 해상왕국 네덜란드에서 망명 중이던 영국 찰스 2세는 뱃놀이로 울분을 달랬다. 크롬웰 공포정치가 끝난 뒤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갈 때 네덜란드로부터 받은 선물이 길이 15m의 대형 요트였다. 수시로 런던 템스강에 등장한 이 요트가 근대화된 해양 스포츠로 가는 길을 열었다.
세계 부호들에게 요트는 자기만족의 공간이다. 제작비 45억달러(5조3000억원)가 들어간 말레이시아 사업가의 요트는 재료가 압권이다. 공룡 화석뼈로 갑판을 꾸몄고, 내부 인테리어에는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을 사용했다. 요트가 귀족 이미지만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엔 친환경, 모험과 도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 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까지 갈 때 타고 간 것이 태양광 요트다. 국내에선 2000년대 이후 요트 동호회가 생기고, 체험시설이 확대되면서 수요층이 늘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지난 3일 요트 쇼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외교부가 국민에게 해외여행 자제를 요청하는 특별주의보를 내렸는데 정작 장관 가족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우스갯소리로 요트 소유자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요트를 되팔 때라는 말이 있다. 유지·관리가 피곤해 구입 후 후회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구입도 하기 전에 머리가 지끈거릴 것 같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