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 "남편, 말린다고 말 들을 사람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배우자의 미국여행 출국 만류여부를 묻는 질문에 "개인사라서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말린다고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임기 도중 사의 표명 여부에 대해서는 "답 못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교부가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 국민들의 해외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가운데 고가의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 논란을 빚었다.

외교수장의 배우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점에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남편에게 여행 자제를 만류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강 장관이 이같이 답했다.

강 장관의 답변에 일부 위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강 장관은 오전 국감에서 업무보고에 앞서 "경위를 떠나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야당 의원들의 공세 전에 선제적으로 사과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송구스럽다고 말씀하시니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보다는 낫다"며 "그렇지만 고위공직자 가족이기 때문에 때로는 일반 국민보다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강 장관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어진 질의에서는 미국 여행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경위에 대해 해명했다.

강 장관은 "외교부는 미국에 대해서는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게 여행길을 열어놓으려 했다"며 "여행객 수가 많이 줄었지만 매달 1만5000~6000명이 미국에 입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여행길을 열어놓길 잘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남편 출국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 장관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이 위축된, 어려운 심리를 가진 상황에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다시 송구한다"고 사과했다.

이를 두고 질의한 이 의원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K방역을 홍보하는 국면에 지금 답변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재차 질타했다.

한편 외통위 보충 질의에서는 강 장관의 거취에 대한 질의도 오갔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임기 도중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적이 있나"라고 묻자 강 장관은 "제가 밝힐 상황이 아니다. 답을 못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이날 외통위 외교부 국감에서는 북한에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 증인 채택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오전 의사진행발언에서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여야 합의로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여야 간사 회의 결과, 강 장관이 이래진씨를 직접 만나는 방향으로 합의하면서 이래진씨의 외통위 국감 증인 채택은 당분간 미뤄졌다.

다만 야당 간사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장관이 빠른 시간 내에 유족을 만나 경청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제대로 안 됐을 경우 여야가 약속한대로 국감에서 다시 (이래진씨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e-mail]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