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해 모여 살자는 약속, 34년째 못 지켜"
2020.10.12 14:17
수정 : 2020.10.12 14:17기사원문
어머니 유복순씨(69)는 34년 째 딸을 기다리고 있다.
'방 2개짜리 집을 얻어 가족이 모두 모여 살자'던 약속은 아직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또 딸 없는 추석을 보낸 유씨는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12일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효정씨(46, 실종 당시 12세)는 1986년 3월 8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1동에서 저녁식사 후 집 앞을 나섰다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이모 집에 있던 효정씨가 저녁을 먹고 평소 자주 가던 '인근 이슬람사원 앞 놀이터에 간다'며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씨는 그 길로 서울로 올라와 온 동네를 뒤지고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소식을 알 수는 없었다.
같이 살지 못해 효정이를 돌봐주지 못한 것이 어머니 유씨의 가장 큰 한이다. 유씨는 1979년 이혼 후 홀로 연년생 남매를 키웠다.
충남 홍성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유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효정씨의 오빠는 친정에, 효정씨는 용산구 한남1동 언니 집에 각각 맡겼다. 효정씨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였다.
이후 유씨의 삶은 변했다. 전단지도 만들어 뿌리고, 언론에도 나섰지만 사라진 딸을 만날 수는 없었다. 유씨는 "전화를 받고 술집까지 가서 딸을 찾으러 왔다고 한 적도 있다"며 "술집 여주인과 얘기를 나누던 중 마침 일하는 아가씨들이 들어왔는데, 우리 딸은 아니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유씨를 고통스럽게 했다. 우울증이 겹치며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유씨는 전했다. 그는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가족이 모여 살기로 했는데, 약속도 못 지켰다"고 말했다.
34년이 지났지만 유씨가 딸을 찾겠다는 의지는 여전하다.
유씨는 "언젠간 찾아오겠지란 생각을 하며 보낸 세월이 벌써 31년"이라며 "그래도 언젠간 효정이를 꼭 찾을것만 같다"고 전했다.
효정씨는 쪽박귀에 오른쪽 눈 밑에 작은 점을 가지고 있는 신체적 특징을 지녔다. 실종 당시에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