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사모펀드 시장, 대대적으로 손봐야
2020.10.12 18:02
수정 : 2020.10.12 18:02기사원문
지난주 법정 증언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 8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작년 7월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알려진 인물이다. 강 전 수석은 펄쩍 뛰었다. 그는 12일 김 전 회장을 위증죄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강 전 수석은 "금품 1원 한 장 받은 적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사모펀드의 끝모를 신뢰 추락이다. 이미 한국형 헤지펀드는 부실판매로 홍역을 치렀다. 라임자산운용은 1조6000억원대, 옵티머스자산운용은 5000억원대 피해가 예상된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부실 펀드까지 합치면 피해액은 수조원대로 추정된다. 이 마당에 정치권 연루설까지 터지면서 사모펀드는 벼랑끝으로 몰렸다.
앞서 금융당국은 라임·옵티머스를 상대로 잇단 제재를 발표했다. 당시 우리는 늦었지만 외양간이라도 확실하게 고칠 것을 주문했다. 일시적으로 시장이 쪼그라드는 후유증이 있더라도 사모펀드 제도를 전면 손질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정치권과 검찰이 관련 의혹을 털어내는 데 전력을 기울이길 당부한다. 특히 검찰은 명예를 걸고 수사에 임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땅바닥에 떨어진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사모(私募)펀드는 알음알음 투자자 돈을 모아서 투자한다. 공모펀드가 아닌 만큼 주인·대리인 문제가 언제든 불거질 위험이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그 전형이다. 대리인(사모펀드)이 제멋대로 주인의 돈을 쓰다 걸렸다. 이래선 한국을 자산운용 강국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는 요원한 꿈이다. 이미 시장에선 사모펀드 기피증이 나타났다. 주요 판매채널인 은행과 증권사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사모펀드 시장을 깨끗이 정리하지 못하면 이런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