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스크린, 男男-女女 커플이 왔다

      2020.10.12 17:33   수정 : 2020.10.12 18:38기사원문
올 가을 걸그룹과 보이그룹으로 양분된 가요계처럼 남자, 여자배우들끼리 주역 호흡을 맞춘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유아인, 유재명이 짝을 이룬 '소리도 없이'부터 김혜수·이정은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내가 죽던 날' 그리고 박성웅·양현민·류경수가 남자 무당으로 분한 '대무가:한과 흥', 고아라·이솜·박혜수 등 90년대생 세 여배우가 의기투합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까지 새로운 배우 조합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기대를 모은다.

시체 청소부로 분한 유재명·유아인, 무당이 된 박성웅


지난 6월 영화 '살아있다'에서 박신혜와 호흡을 맞췄던 배우 유아인은 이번엔 유재명과 함께 범죄 드라마 '소리도 없이'로 돌아온다.

범죄 조직의 소리 없는 청소부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이 의도치 않게 유괴범이 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말 못하는 동네 바보 같은 태인 역을 위해 삭발 투혼은 물론이고 15㎏을 찌운 유아인의 연기 변신이 눈길을 끈다.
시골 노총각으로 분한 유재명에게선 '비밀의 숲' 이창준 검사나 '이태원 클라쓰' 장대희 회장의 카리스마는 찾아볼 길 없다. 유아인은 1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유재명 선배는 존재만으로 의지가 됐다"며 "대사는 아니었지만 호흡을 주고받으면서 편안함을 느꼈다. 감정적 불순물 없이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SF 단편 '서식지'로 호평을 받은 홍의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주목할 신인 감독의 탄생'을 예고한다. 유괴된 아이 초희 역의 문승아 역시 '올해의 아역배우'로 꼽힐 만하다. 15일 개봉.

21일 개막하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공식 초청작에 선정된 '대무가:한과 흥'은 세 남자 무당이 신(神)을 모셔오기 위해 공수 대결을 펼친다는 기상천외한 스토리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영화 '오케이 마담'에서 엄정화와 부부 호흡을 맞췄던 박성웅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무당 마성준에 도전한다. 신예 양현민과 류경수가 각각 '인싸' 무당 청담과 가짜 무당 신남을 연기한다. 단편 '나와 함께 블루스를'로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바 있는 이한종 감독의 장편 데뷔작. 22일 부산영화제 야외상영을 통해 관객과 처음 만난다.

세 여성의 공감과 연대의 기록 '내가 죽던 날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배우 김혜수는 영화 '기생충',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주가 상승한 이정은과 첫 호흡을 맞춘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 남기고 사라진 소녀의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여형사의 이야기. 김혜수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복직을 앞둔 여형사 현수를, 이정은이 실종된 소녀를 마지막으로 본 목격자이자 불의의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마을 주민 순천댁을 맡았다. 김혜수는 최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정은은 배우로서 매순간 경이로웠다"면서 서로 배우로서 통했던 특별한 순간을 떠올렸다. "촬영 준비를 하던 중 저 멀리서 정은씨가 (내 쪽으로) 걸어오는데 그 모습이 순천댁 그 자체였다. 왠지 눈물이 났는데, 다가온 정은씨 역시 울고 있더라. 평생 잊지 못할, 아주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정은 역시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배역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서로 감정이) 통하는 순간이었다"고 부연했다. 김혜수는 또 "이 작품은 운명처럼 다가왔다"며 "출연 제의가 들어온 몇 편의 시나리오 중에서 유난히 이 시나리오가 내 눈에 '줌인'되어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여고생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포착한 단편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데뷔작. 박 감독은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던 세 여성이 절망의 끝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11월 12일 개봉.

90년대생 여배우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8년차 고졸 직장동료로 호흡을 맞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0월 중 개봉한다. 이솜은 "토익 수업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또래 배우들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설렌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고졸 말단 사원인 세 친구가 회사의 비리를 추적해 가며 삶과 일의 의미를 찾는 성장드라마로 '도리화가'의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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