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울산 화재 이재민 호텔 직접 가보니...
2020.10.12 18:20
수정 : 2020.10.12 18: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지난 8일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 대형화재로 437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울산시가 이들의 임시거주시설로 호텔을 지원하자 ‘호캉스’라는 비난과 “너무 야박한 것 아니냐“는 옹호가 엇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에 12일 오후 가장 많은 이재민이 실제 머물고 있는 울산시 남구 스타즈호텔을 찾아 이재민들이 이용 중인 호텔 내부를 둘러봤다. 이곳에서는 236명의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다.
■ 여행용품 없고 탁자 위에 그을린 옷가지
한 이재민의 승낙을 받아 들어가 본 방 객실은 싱글 침대가 2개 인 소형 트윈 룸이었다. 이곳에서는 일가족 3명이 머물고 있었다. 화재로 받은 충격과 공포로 따로 떨어져 지낼 수 없어 1명은 비좁은 통로 바닥에서 잠을 자기로 하고 같이 지내고 있었다.
침대 주변에는 각종 음료와 간식, 그리고 빈 포장지 등이 쌓여 있었고, 탁자와 의자 등에는 그을린 옷과 빨래한 속옷 등이 널려 있었다. 입구 선반에는 컵라면 4개와 생수 2명, 그리고 위생도구가 보였다. 호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 흔한 여행용 가방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전날 옷가지라도 챙겨 나올 요량으로 집으로 가봤지만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는 이들은 울산시가 건네 준 운동복과 당일 입었던 옷을 빨아 입고 지내는 상황이다. 소위 ‘호캉스’와 거리가 먼 실내 풍경이었다.
■ 화재상황 떠올라..수면장애 겪어
세금으로 호텔을 지원해 논란이 있다는 소식을 이들도 TV뉴스와 모바일을 통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게 호캉스라면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호텔 3층에는 화재현장지원센터가 운영돼 임시거주지 지원과 함께 법률, 세무, 보험, 의료, 교육 등을 상담, 지원해주고 있었다. 현재까지 21명이 찾았고, 화재상황이 떠올라 잠을 잘 수 없다는 등의 심리 혼란 등을 호소했다고 울산시 측은 밝혔다.
■ 호텔다운 편의..'여인숙' 표현은 불쾌
스타즈호텔은 모두투어네트워크의 호텔운영법인인 모두스테이가 운영하는 호텔 체인으로, 울산점은 지상 20층의 345객실 규모로 지난 2018년 3월 문을 열었다.
호텔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일부 이재민이 호텔을 ‘여인숙’정도라고 표현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전통적인 비즈니스호텔답게 객실 편의성과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고 이용객들을 위해 코로나19 방역에도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입장을 말했다.
실제 이재민들의 이용공간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쓰레기를 곧바로 수거해 주는 호텔 직원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띠었으며, 이재민 임시거주시설로서는 전반적으로 쾌적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 "생계도 걱정" 117명 회사원, 자영업 79명
이곳 236명 외에 나머지 이재민들은 롯데시티호텔, 신라스테리호텔, 울산시티호텔, 롯데호텔 그 외 숙박시설 등에 분산돼 머물고 있다. 울산시가 지원하는 숙박비는 방 1실에 6만 원가량이며, 대부분 2~3명씩 한 방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식비는 1식 8000원이다. 호텔 및 객실 업그레이드 등에 드는 추가 비용은 이재민이 직접 부담하고 있다.
앞서 울산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학교 체육관 등에서 집단 구호소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지침에 따라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을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 남구가 파악한 이재민 직업 현황에 따르면 437명중 회사원 117명, 자영업 79명, 학생 99명으로 상당수 이재민들이 생계를 위해 일터를 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