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잃은 소방관 트라우마도 공무상 재해로 치료 지원
2020.10.13 18:05
수정 : 2020.10.13 18:53기사원문
공무수행 중 다친 공무원들을 위해 도입된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시행 2주년을 맞았다. 공무원들의 신체적 부상·질병 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 재해를 입은 경우에도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사례가 늘고 있어 마음 건강까지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라우마도 공무상 재해 인정
13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다양한 민생 현장에서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 재해를 입은 경우에도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전향적 결정이 늘고 있다. 공무수행 중 얻은 정신 질환도 신체적 부상·질병과 동일한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충분히 치료받은 뒤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지자체 공무원 B씨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업무를 수행하다 돼지 사체와 비명소리에 트라우마가 생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진단을 받았다. 국가공무원 C씨도 민원인 대응 과정에서 민원인이 행사한 폭력으로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켰다. 두 사람 모두 공무상 심리적 재해로 인정받았다.
심리적 재해를 충분히 치유한 뒤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먼저 2018년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제정하면서 공무상 재해를 입은 공무원에게 심리상담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종전에는 정신 질환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된 경우에만 정신 치료 비용을 지원했다. 하지만 제도 개선 이후에는 공무 수행 중 입은 다른 부상이나 질병으로 치료받는 과정에서 심리적 어려움에 봉착한 경우도 심리상담비를 지원 받을 수 있게 됐다.
심리상담센터 운영·비대면 상담 확대
심리상담센터인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공상 공무원과 그 가족, 순직 공무원 유족 등을 대상으로 한 심신 안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2008년 정부서울청사에 상담센터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과천·대전·세종 4곳으로 늘렸다. 올해부터 대구·광주 청사에도 상담센터를 신설해 서비스 접근성을 높였다. 민간의 심리상담 전문기관에 위탁 운영해 심리상담 서비스의 전문성도 확보했다.
센터는 공무원들의 심리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공무원 D씨는 근무지에서 인명사고를 목격하고 수면장애를 겪던 중 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싶어 정신력으로 버티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힘이 들었다"며 "무조건 참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빨리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 속 대면 상담이 어려워짐에 따라 전화, 이메일 등 비대면 심리상담과 온라인 심리검사의 비중을 늘려 방역수칙을 준수한 채 운영하고 있다.
공상공무원 '희망보직제도' 도입
현업에 복귀한 공상공무원을 위한 '희망보직제도'도 올해 처음 도입했다. 치료를 마치고 복직하는 공무원이 공무상 재해가 남긴 신체적·정신적 건강 후유증 탓에 특정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직무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다.
공무원은 필수보직기간을 적용받는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한 직종별로 1년~3년까지 직무 이동없이 근무해야 한다.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공무원도 이 원칙을 적용받아온 터라 근무가 곤란한 상황이 발생해도 다른 직위로 이동이 쉽지 않았다.
이에 인사처는 지난 8월 시행령을 개정해 건강 상태로 인해 현재 직위에서 근무하기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필수보직기간 내에도 다른 직위로 옮길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인사처는 이밖에도 공무원 직무복귀 지원 프로그램, 재해예방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발·운영하고 공무상 재해에 대한 치료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제도 정비에 힘쓰고 있다.
황서종 인사처장은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민생현장에서 입은 신체적·심리적 재해가 충분히 치유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재해발생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