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세균·바이러스를 살균한다

      2020.10.14 13:00   수정 : 2020.10.14 12: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물만으로도 세균과 바이러스를 살균, 소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다른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이라고 연구진이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이승섭 교수와 정지훈 박사팀이 바이러스 살균 기능이 있는 초미세 물방울의 대량 생성이 가능한 '정전분무'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진의 '정전분무' 기술로 만들어진 마이크로·나노 크기의 물방울 안에는 'OH 래디컬'이 함유돼 있다. OH 래디컬은 거의 모든 오염물질의 살균·소독에 관여하며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제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인체에는 무해한 천연물질이다.
현존하는 물질 중에서 OH 래디컬의 살균·소독·분해하는 능력은 불소 다음으로 강력하고 오존과 염소보다 강력하지만 불소·염소·오존처럼 독성이 있거나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다.

지난 7월 일본 파나소닉이 자사의 나노이 기술로 만들어진 초미세 물방울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살균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를 올 7월 말 발표한 바 있다. 이승섭 교수는 "정전분무 기술로 만들어진 OH 래디컬은 파나소닉의 기술과 유사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살균하는데 이미 검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멤스(MEMS) 기술로 제작된 폴리머 재질의 초미세 노즐을 이용해 정전분무 하는 방식으로, 인가전압이 낮아 정전분무가 오존 발생 없이 안정적으로 구현된다. 또한 초미세 노즐 어레이를 이용해 외부 환경과는 무관하게 초미세 물방울을 대량으로 생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초미세 노즐은 피뢰침과 같이 높게 솟아있는 구조로 초미세 노즐의 주위는 마이크로 돌기로 소수성 처리가 돼 있다. 연구진은 지난 수년간 폴리머 초미세 노즐 개발과 물 정전분무 기술을 이용해 가습·탈취·미세먼지제거·항균 등과 같은 공기정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연구진은 현재 초미세 물방울의 양산이 가능한 '폴리머 초미세 노즐 정전분무' 기술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용 공기정화기를 개발 중이다. 순수한 물을 이용한 살균 방법으로 인체에 해가 없고 친환경이라는 장점 때문에 향후 코로나19 방역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H 래디컬은 높은 반응성으로 공기 중에서는 수명이 매우 짧아 효과적인 살균 기능에 어려움이 있으나, OH 래디컬을 물방울에 가두면 수명을 크게 늘릴 수가 있어 살균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OH 래디컬을 함유하는 초미세 물방울은 일본 파나소닉의 나노이 기술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있다.
다만, 나노이 기술은 공기 중의 수분을 차가운 금속 팁 위에 응결시켜 정전분무 하는 방식이어서 생성되는 초미세 물방울의 양이 매우 적고 인가전압이 높아 인체에 해로운 오존이 발생되는 단점이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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