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헤드헌터 민간인재를 노린다...대기업 출신들 속속 공직으로
2020.10.15 11:29
수정 : 2020.10.15 13:26기사원문
정부 헤드헌팅을 아시나요? 민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헤드헌팅이 정부에서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LG CNS, 카카오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내로라하는 민간기업에 몸담고 있다가 공직에 입문한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1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중앙정부 개방형 직위(국·과장급)에 민간인이 임용되는 비율이 5년만에 세 배가량 증가했다.
개방형 직위 중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공모 지원자 중 적합한 인재가 없을 땐 '정부 민간인재 영입 지원' 시스템이 작동된다. 앉아서 기다리기보단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적임자를 발굴하는 제도다. 민간 전문가들은 현업에 열중하고 있는 터라 정부의 채용 공고를 접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 5년 간 헤드헌팅을 통해 공직에 들어온 민간 전문가는 53명에 이른다.
채용을 진행하는 부처의 요청이 인사처로 들어오면 김윤우 인재정보담당관은 적임자 물색에 나선다. 김 담당관은 "처음 연락을 받은 분들 대부분이 깜짝 놀란다"면서도 "국가가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뿌듯하게 여겨서 다들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하필 만우절에 연락한 탓에 장난 전화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작년 8월 우정공무원교육원 원장으로 임용된 김희경 원장과 얽힌 일화다. LG CNS 등에서 29년간 일해온 김 원장은 사무실 인근까지 직접 담당자가 찾아가 설득한 끝에 공직 입문을 결심했다.
정부 헤드헌터들은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다. 먼저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를 파고든다. 인사처가 운영 중인 인재등록시스템으로, 31만6241명의 민간 전문가가 등록돼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링크드인, 리멤버 등 민간 구직서비스까지 범위를 넓힌다.
이같은 헤드헌팅을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김주섭 전 LG전자 특허센터 상무는 2017년 특허심판원 10부 심판장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김 심판장은 공평하고 정의로운 심판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국내정책관에 임명된 김형주 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 산업계를 위한 지원체계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김 담당관은 "여러 치열한 경쟁 절차를 통과해 적임자가 임용될 수 있도록 역량 있는 우수한 민간인재를 발굴하고 추천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며 "공직에서 성과를 내는 분들의 소식을 들으면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더 우수하고 다양한 민간인재를 발굴 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도 갖게 된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