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대만해협' 주요국 일촉즉발...'전쟁' 경고도
2020.10.15 14:39
수정 : 2020.10.15 14:39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놓고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 국가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또 다시 대만해협을 건넜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해병대를 방문해 ‘전쟁준비’에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일본은 베트남과 방산장비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중국과 불편한 관계인 캐나다는 대만해협으로 군함을 보냈다.
표면적으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화합과 공조를 외치면서도 핵심 이익이라고 판단되는 분야에선 일촉즉발 대립하는 형국이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은 군사·경제·자원적 요충지로 꼽힌다.
■美 대만해협 또 통과 VS 中 ‘전쟁’경고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 제7함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배리함이 대만해협을 국제법에 의거해 항행했다”면서 “이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대만해협을 ‘항행의 자유’ 지역으로 규정하고 정기적인 항행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8월31일 등 올해만 10번째다.
대만은 1949년 중국공산당과 내전에 패배했던 국민당 정권이 이전해 설립한 곳이다. 자국 국기와 화폐가 있지만 유엔으로부터 독립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1979년 대만과 외교를 단절했으나 여전히 대만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 주요 무기 공급국으로 남아있다. 실제 미 정부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슬램이알(SLAM-ER), F-16 전투기 부착용 데이터 링크, 상륙 저지를 위한 수중 기뢰, 대전차 미사일 등 무기 7종에 대해 의회에 판매 승인을 요청했거나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 같은 대량 무기 판매는 미중 관행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중국을 의식해 그 동안 자위권을 유지할 정도로만 대만에 무기를 수출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상황은 급격하게 변했다.
한 주요 외신은 “미국은 국방부 내에서 ‘대만 요새화’로 알려진 작업을 강화하면서 중국군에 대항해 균형을 맞추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남중국해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 9월에만 최소 60대의 정찰기를 중국에 근접 비행시켰다는 베이징대 싱크탱크 보고서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따라서 중국 푸젠성과 대만 섬 사이의 대만해협도 자국 해역으로 본다. 아울러 미국의 무기 판매 자체가 ‘하나의 중국’을 부정한 내정 간섭으로 판단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사태의 추이를 봐가며 정당하고 필요한 반격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매체의 논조는 보다 심각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논평을 내고 “양안(중국과 대만) 인민 모두 무력충돌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지만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그것은 모두 ‘대만 독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장난을 하면 죽는 길밖에는 없다”면서 “이를 사전에 일러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고”고 경고했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3일 광둥성 남부 해병대 기지를 방문해 전쟁 준비에 심혈을 기울 것을 당부한 것과 맥을 같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차오저우 해병대 기지를 찾아 “경계태세를 유지하라.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순수하며 신뢰할 수 있도록 전쟁에 대비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대만과 전쟁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달 18~19일엔 중국 전투기 30여대가 대만 경계를 침범하기도 했다.
■中세력 확장 견제하는 일·캐나다
남중국해 문제와 다소 신중한 입장이던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로 정권이 바뀌면서 태도를 달리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다음 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첨단 장비 수출과 기술이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SCMP가 같은 날 보도했다. 스가 총리의 첫 해외 방문이다.
이 협정은 남중국해 등 대규모 영토를 통제하려는 중국의 공격적 움직임에 대한 방벽이며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본의 의지로 관측됐다.
역사적으로 반중국적인 베트남과 원조, 무역, 관광, 근로자 등 분야에서 베트남과 교류 강화에 힘써온 일본의 이해도 맞아 떨어진다. 일본 해상 자위대 선박 3척이 지난 9일부터 베트남 남동부 항구를 방문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소식통들 의견도 있다.
다만 스가 총리는 중국과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으므로 강한 압박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역시 제기된다.
캐나다도 미국 외엔 올해 처음으로 대만해협에 호위함 한 척을 보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캐나다가 체포하고 중국은 이에 맞서 전직 외교관과 대북 사업가 등 2명 기소, 캐나다 카놀라 수입 중단 등의 보복 조치를 단행했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