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울증 환자 항공 '탑승 거부' 논란...갑론을박

      2020.10.16 09:55   수정 : 2020.10.16 10:56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항공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승객의 탑승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가 동반자와 함께 탑승 준비를 하는 동안 약물 부작용으로 손을 떨고 소리를 질렀다는 게 거절의 이유다. 항공사는 다른 승객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환자 측은 납득할 수 없다며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네티즌도 갑론을박 논쟁 중이다.

16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과 펑파이 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2시 산둥성 웨이하이 다수이보 공항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난징행 춘추항공기를 탑승하려던 대학생 위모씨는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탑승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위씨의 여자 친구인 비모씨가 손을 심하게 떨었고 항공규정을 언급하는 항공사 직원에게 자극을 받아 소리까지 질렀기 때문이라고 항공사 측은 설명했다.

당시 위씨 일행은 다음날로 예약한 비씨의 우울증 상담을 위해 난징행 항공기에 탑승하려고 했다. 그러나 탑승 거부되면서 계획대로 우울증 상담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씨는 항공사가 우울증 환자의 항공기 탑승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항공권 환불만으로 충족할 수 없으며 사과와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사건은 위씨가 이튿날 오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면서 확산됐다.

상황이 커지자 춘추항공은 14일 오후 성명을 냈다. 춘추항공은 “승객을 여러 번 달래려고 했지만 감정을 진정시킬 수 없어 탑승하지 말 것을 설득한 뒤 전액 환불 조치했다”면서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없었고 정서적으로 불안·불명확하며 다른 모든 승객의 안전을 고려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민간 항공 승객 및 수하물 국내 운송 규칙은 전염병, 정신 질환이 있는 승객 또는 건상 상태가 위험하거나 다른 승객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승객은 운송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위씨는 이에 재반박했다. 항공사 직원이 여자 친구를 달래지 않았고 항공권 환불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시 카메라에 녹화된 모습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논란의 초점은 우울증 환자가 동반자와 함께 탑승하려고 할 때 ‘다른 승객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다.

중국 항공사 대부분은 이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울증 환자가 항공기로 여행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의사에게 문의해야 하며 항공사는 이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CCTV에 답했다.

베이징 안딩병원 장창칭 주임심리사는 “우울증 환자가 치료를 받은 뒤 임상적으로 사회적 기능이 정상이면 안정기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이 기간 동안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법대 항공우주법연구센터 장치화 연구원은 “경증 우울증 환자는 약물을 복용해 비행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하고 중증 이상 환자는 비행 전 의학적 증명서를 확보해 필요한 경우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상에선 ‘우울증 환자에 대한 차별’과 ‘항공안전 위협’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투표를 올렸고 두 의견의 비율은 거의 비슷했다.

한 네티즌은 “환자를 항공기에 태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은 “탑승을 거절해도 된다는 사람은 앞으로 아플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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