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근무'하는 공무원들..'초과수당' 못받아
2020.10.18 12:43
수정 : 2020.10.18 12:43기사원문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에 돌입한 공무원들이 '공짜 근무'에 울상짓고 있다. 국정감사 준비 등 정해진 시한 내에 방대한 양의 업무를 처리할 경우 초과근무가 불가피하지만, 집에서 근무할 땐 수당을 받을 수 없어서다. 초과근무 시간에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재택 땐 초과근무 신청도 못해
18일 인사혁신처 및 중앙부처 공무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재택근무 시 초과근무수당을 받을수 없어 공무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복무관리 주무 부처인 인사처의 복무지침에 따라 재택근무에 나서고 있다. 과장급 이하 직원들의 절반 또는 3분의 1가량이 순번을 정해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전파 상황에서, 모든 직원이 감염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처럼 재택근무가 활성화됐지만, 재택 시 초과근무를 하면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공무원은 하루 8시간보다 더 일하면 저녁 시간 1시간을 제외한 초과 시간에 대해 수당을 받는다. 재택 초과근무는 사실상 '공짜 근무'인 셈이다.
중앙부처 A주무관은 "일반적인 초과근무는 사전, 사후신청이 가능하다"면서도 "재택근무를 신청할 땐 정규 근무시간만 명시돼있고, 초과근무 신청이 가능한 옵션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보통 주 4일 야근을 한다고 답한 B사무관은 "집에서 일한다고 업무량이 줄지는 않는다"며 "재택근무라 해서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건 부당하다"고 전했다.
특히 국정감사와 같이 짧은 시간 내에 방대한 양의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는 초과근무가 불가피하다. 밤새 자료를 준비하거나 대기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부정수급 근절 대책이 먼저"
아직 재택 초과수당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부정수급 근절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은 여전히 국민들이 불신하는 영역이다. 대비책 없이 곧바로 시행하기엔 부담이 크다.
실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중앙부처 등 47곳 중 26곳(55.3%)에서 722명이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바 있다.
중앙부처 D과장은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이 문제가 돼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청사) 출입 태그를 확실하게 찍게하고 필요한 경우 CCTV까지 확인하는데, 집에 있으면 어떻게 확인할 지 기술적인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E과장도 수당 지급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악용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업무량 파악이 용이한 분야부터 우선 도입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허청을 언급했다. E과장은 "코로나19 전부터 재택근무가 잘되는 곳이 특허청"이라며 "특허심사의 경우 업무량이 실적으로 명확하게 잡힌다"고 설명했다.
인사처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재택 초과근무 수요를 따져보고 있다.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부정수급 근절 대책을 마련한 뒤 재택 초과근무수당을 도입할 방침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상급자가 재택 초과근무의 승인 전에 과업 지시와 과업의 양을 명확하게 정하고, 과업의 성과도 확인해야 한다"며 "초과근무 수요자와 관리자의 의견까지 충분히 고려해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