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에 폭행당한 5세 아들 숨질 때까지 방치한 친모…2심도 징역 5년

      2020.10.20 06:01   수정 : 2020.10.20 09:23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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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계부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5살 아이가 숨질 때까지 아이를 방치한 친모가 2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 김민기 하태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특수상해,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25·여)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도 명했다.



신씨는 지난해 9월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이모씨(28)에게 목검 등으로 온몸을 맞은 상태에서 손발이 뒤로 활처럼 묶여있다가 숨진 A군(5)을 방치한 혐의를 받았다.

신씨의 두번째 남편이자 A군의 계부인 이씨는 약 2주간 주먹과 발, 목검으로 A군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바닥에 집어 던지거나 어두운 화장실에 큰 개와 며칠씩 감금하며 폭행과 학대를 반복했다.


그러나 신씨는 이씨를 몇 차례 소극적으로 만류한 것 외에는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씨가 외출했는데도 생명이 위태로운 A군을 빨리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잠을 자거나 방에 누워 휴대폰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이 감금됐을 때는 3일간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A군을 감시하거나 나머지 가족들과 외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씨가 A군을 폭행할 때는 목검을 건네며 방임행위를 넘어 잔혹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신씨는 A군의 숨이 멈춰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당시 A군의 생사를 걱정하기보다는 'A군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다쳤다'고 허위진술을 하며 자신과 이씨의 범행을 감추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애초 경찰은 신씨에게 살인방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살인방조보다 형량이 무거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또 이씨가 아이를 목검으로 때릴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씨에게 목검을 건네주는 등 이씨의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돼 특수상해죄 혐의가 추가됐다.

1심 재판부는 신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은 "만 5세에 불과한 A군은 신씨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씨의 무자비하고 잔혹한 폭행과 학대에 의해 두개골이 완전히 함몰되고 간, 신장, 장간막 등 복부장기들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결국 짧은 생을 비참하게 마감했다"며 "신씨의 만 2~3세의 친자식 2명은 계부의 폭행·살해 범행을 그대로 목격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Δ신씨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어릴 때부터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온 점 Δ경제적으로 매우 곤궁한 상태에서 전 남편이자 아이들의 친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던 점 Δ이씨의 CC(폐쇄회로)TV 감시와 통제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었던 점이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됐다.


신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은 "신씨가 이씨의 반인륜적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동조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방어 능력이 전혀 없던 아이들에게 있어 최후의 보호막이 돼야 했을 신씨가 보인 태도는 이번 사건에 중대한 원인이었다"며 "죄질이 심히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의 폭력적인 성향을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이미 수차례 이씨로부터 학대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을 이씨와 함께 양육하겠다는 신씨의 무책임한 의지가 사건 발생의 원인이 하나가 됐다"며 신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고, 이씨와 검찰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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