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나눔의 집, 위안부 할머니에게 '버릇 나빠져' 막말"
2020.10.20 12:00
수정 : 2020.10.20 12:03기사원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의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했다. 나눔의 집은 후원금 횡령 의혹도 받고 있으나, 인권위의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인권위는 "해당 시설에서 비공개 의사를 표시한 할머니의 신상을 공개하고, 전임 운영진이 할머니들을 지칭하며 '버릇 나빠진다'는 언행을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나눔의 집에 대한 기관 경고와 함께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관련해 유족과 협의해 조치할 것 등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나눔의 집은 신상 공개를 꺼리던 한 피해 할머니의 출생연도, 위안부 피해 시기, 사진, 생활 모습 등을 홈페이지에 노출해 홍보에 활용해 왔다. 이 할머니는 입소 전부터 경험 관련 사실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는 무시됐다.
인권위 측은 "스스로 피해 경험을 드러내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는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라며 "관련 시설에 입소했거나, 관련법에 따라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다르게 판단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나눔의 집 전임 관계자들이 피해 할머니들에게 '버릇이 나빠진다'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고 인권위는 인정했다. 시설에서 자원봉사 중인 간호사가 할머니에게 소고기를 대접하자, 한 관계자가 "할머니들의 버릇을 네가 망쳐 놨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제 3자의 진술을 살펴볼 때, 해당 관계자가 '버릇이 나빠진다'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며 "자원봉사자가 피해 할머니를 위해 베푼 호의를 제지하기 위한 발언으로, 모욕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시설을 증축공사 하는 과정에서, 피해 할머니에게 충분한 안내 없이 개인 물품을 이동해 훼손한 점도 인정된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다만 인권위는 나눔의 집의 후원금 사용 관련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적 조사대상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관련 의혹은 경찰이 수사 중이다. 다른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를 찾기 어려워 기각했다.
한편 나눔의 집 직원들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치료나 복지지원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지난 3일부터 기초 조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5월에는 해당 시설에 조사관을 파견해 직접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