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의 함정 커쇼 ’새 가슴’

      2020.10.20 14:01   수정 : 2020.10.20 17:12기사원문
2018년 10월 30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5차전. 다저스는 1승3패로 막판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다저스에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당시 30세)가 있었다. 사이영상 3회에 빛나는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이날 커쇼는 세 차례나 고개를 떨궈야 했다.

1회초 보스턴 피어스에게 선제 투런 홈런을 맞고 한 번. 6회에 무키 베츠(2020년 다저스로 이적)를 상대로 또 한 번. 마지막으로 7회 마르티네스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고 또 고개를 숙였다. 결국 커쇼는 7이닝 4실점 한 후 마운드를 물러났다.

다음엔 지난해 10월 11일 워싱턴과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전. 다저스는 선발 워커 뷸러(6⅔이닝 1실점)의 호투로 7회까지 3-1로 앞서 있었다. 운명의 8회초.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커쇼를 마운드에 올렸다. 에이스에 대한 절대 믿음이었다.


그러나 커쇼는 두 번이나 고개를 떨궜다. 렌든에게 홈런을 맞을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3-2로 앞서 있었으니까. 하지만 소토에게 연속 타자 홈런을 허용하자 다저스 벤치는 침묵에 휩싸였다. 결국 연장전 승부 끝에 3-7 패배.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21일부터 시작되는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 커쇼를 예고했다. 그의 속마음은 어떨까. 커쇼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을까. 아니면 ‘새 가슴’ 커쇼에 대한 불안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맞고 있을까.

ESPN에 따르면 탬파베이는 1차전 글래스노우, 2차전 스넬로 선발 투수를 결정했다. 원투 펀치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다저스는 2차전과 4차전 선발을 내정하지 못한 상태다. 새 에이스 뷸러는 3차전에 나선다.

로버츠 감독은 애틀랜타와의 챔피언십시리즈 6, 7차전서 커쇼를 불펜 대기시켜 놓았으나 끝내 쓰지 못했다. 로버츠 감독은 월드시리즈에 대한 대비라고 변명했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1승3패로 일찌감치 벼랑 끝에 몰린 다저스에겐 내일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 차마 에이스 커쇼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연봉 3100만달러(약 350억원) 최고 몸값 투수가 어쩌다 이런 수모를 겪게 됐을까. 커쇼가 자초한 결과다. 정규시즌의 황제 커쇼는 유난스럽게 가을 야구에선 부진하다. 통산 175승76패로 7할(0.697)에 가까운 정규시즌 승률을 자랑한다. 평균자책점도 2.43으로 낮다. 세 차례 사이영상이 그를 빛나게 한다.

그러나 큰 무대에만 올라서면 그의 손가락은 오그라진다. 포스트시즌 승률은 4할(0.357)에도 못 미친다. 11승12패. 평균자책점도 4.70으로 올라간다. 2019년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은 7.11.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가 맞나 싶다.

그에 반해 워커 뷸러는 가을 사나이로 불리기에 손색없다. 정규리그 통산 3.15의 평균자책점은 2.14로 낮아진다. 포스트시즌에 임하면 다저스 마운드의 무게 추가 뷸러에게로 기울어지는 이유다. 올가을에도 4경기에 나와 1.89로 새 보안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저스는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다. 2017년과 2018년 거푸 패한 아쉬움을 털어내려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21일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 ESPN은 다저스의 우승 확률을 69.8%로 보고 있다.
탬파베이는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여섯팀 가운데 하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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