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집 김치찜’'진진 멘보샤’… 서울맛집 요리 20분이면 끝~

      2020.10.20 17:13   수정 : 2020.10.20 17:13기사원문

참 좋은 세상이다. 어제 저녁 아내가 이마트몰에서 이것저것 주문했다는데 오늘 아침 눈을 뜨기도 전에 문 앞에 도착했다. 포장지에 적힌 '아무리 바빠도 밥은 꼭~ 챙겨드세요'라는 문구가 고맙다.

내용물은 이마트의 PB '피코크'에서 만든 가정간편식들이다. 전부 내 손을 거쳐야 먹을 수 있을 테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끼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아무래도 아내가 기사에 등장하는데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시원한 국물에 밥 한그릇 뚝딱…아침엔 ‘백종원 맑은 국물 파개장'

기왕에 아침을 먹으려면 국물이 있어야 한다. 술을 마신 다음날은 더더욱 그렇다.
'백종원 맑은 국물 파개장'을 고른 이유다.

밀키트를 뜯으니 대파가 듬뿍 들었다. 두세 뿌리는 되는 것 같다. '파 러버(Lover)'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혹시나 해서 꺼낸 대파는 냉장고로 되돌아갔다. 고기도 적잖이 들었다. '알목심 150g'이라고 돼 있는데 어느 부위인 지는 모르겠다. 관심도 없다.

냄비에 파개장오일을 두른 다음 고기와 파를 순서대로 볶는다. 당면은 뜨거운 물에 불려둔다. 밥 대신, 당면을 추가하기로 했다. 김치찌개는 기본이고, 된장찌개에도 당면을 넣어먹는 1인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레시피에는 물 1100mL와 파개장소스를 넣으라고 돼 있다. 요리생활(?) 30년간 계량컵을 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므로 이번에도 눈대중이다. 10여분이 더 지나 요리가 완성됐다. 요리를 완성하는데 다 합쳐서 20분 정도가 걸렸다.

한숟갈을 뜨자마자 '초간단 요리라고 무시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국물 많이 먹으면 살찐다"는 아내의 훈계를 한 귀로 흘린 채 연신 국물을 퍼넣는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숙취가 조금 풀리는 느낌이다. 자극적이지 않아 마음에 쏙 든다. '아침 메뉴를 참 잘 골랐구나' 하는 만족감이 피어오른다.

이런 국물에는 밀가루면보다 당면이 훨씬 잘 어울린다. '후루룩' 소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지막에 밥을 조금, 아주 조금 말았다. 배가 고파서는 절대 아니고, '밥을 말아먹으면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다. 사실 양이 많아서 둘이 먹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우리는 세 식구가 나눠먹었다.

다음에도 먹을 의향은 당연히 있다. 맛의 변주를 위해 청양고추를 다져서 넣어볼까 싶다. 고춧가루를 넣어도 좋겠다.

■탱탱한 면발에 칼칼한 국물…점심엔 ‘초마짬뽕'

'초마짬뽕'은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가운데 하나였다. 그동안은 '초마'를 경기 고양 이마트타운 1층에 있는 맛집으로 알았다(사실은 서울 마포의 '유명' 중식당이란다). 트레이더스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해동시킨 국물을 냄비에 부었다. 언뜻봐도 해물보다 돼지고기가 더 많다. '해물, 원츄'인 아내는 살짝 실망한 눈치다. 국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자 면을 투하한다. 레시피에는 면을 40초가량 따로 삶으라고 돼 있지만 귀찮다. 설거지 거리만 늘어날 뿐이다.

중국음식에 만두가 빠지면 섭섭하다. 아내의 선택은 '취영루 물만두'다. 평소 물만두를 즐기지 않는데 의외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서울 명동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물만두라고 나온다.

봉지를 뜯으니 양이 꽤 많다. 짬뽕이 있으니 절반만 먹기로 한다. 물만두는 금새 완성됐다. 냄새를 참지 못하고 둘이서 흡입신공을 발휘한다. 순식간에 접시가 싹~ 비워졌다. 맛을 느낄 새도 없었다. 짬뽕이 다 익기도 전에 나머지 만두를 담은 냄비가 전기쿡탑에 올랐다.

물만두에 정신이 팔려 짬뽕 끓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짬뽕은 은근히 불맛도 나고 칼칼한 국물이 제법이다. '짜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물을 살짝 넣었는데 실수였다. 면은 탱글탱글하다. '해물이나 야채를 더 넣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경험상 냉동식품에 야채 등을 추가해서 큰 재미를 본 적이 없다.

짬뽕(면)의 양이 너무 적다. 2인분이 1인분처럼 생각되는 건 나뿐일까. 그나마 딸을 아침 먹고 외갓집에 보낸 것이 신의 한수다. 아내의 짬뽕그릇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짬뽕밥으로 2차전을 치르라는 제조판매사의 '빅 픽처'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는 아직 반 봉지의 취영루 물만두가 남아 있다.

물만두를 다시 영접해보니 소를 씹는 맛이 쏠쏠하다. 아삭아삭 야채의 식감이 살아 있다. 자세히보니 만두도, 안에 든 야채도 다른 물만두보다 커 보인다. 피는 쫄깃하다. 그런데 원래 물만두는 피가 이렇게 두꺼운가.

초마라는 식당에서 먹어본 적이 없으니 비교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피코크의 초마짬뽕은 면도, 국물맛도 기대 이상이라는 점이다. "더 매콤했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다음에는 밀키트로 재도전하기로 한다.

■밥 반찬·안주로도 손색없네…저녁엔 ‘한옥집 김치찜’+'순희네 빈대떡’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옥집 김치찜'은 밥 반찬으로도, 안주로도 아주 그만이다. 특히 막걸리와의 궁합이 기가 막히다. 한옥집은 서울 충정로에 있는 맛집이란다. 여의도에 있는 분점은 가본 적이 있다. 그 때 처음으로 김치찜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다.

피코크의 '한옥집 김치찜'은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된다. 5분이면 충분하다. 봉지를 뜯자마자 시큼한 김치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그냥 반찬으로 먹을 때는 묵은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김치찜이나 김치볶음에는 묵은지가 훨씬 잘 어울린다. 이유는 모르겠다. 고기도 제법 실하게 들었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다고 느낄 정도다.

김치찜을 먹을 때는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김치맛이 워낙 강해 다른 반찬은 맛이 느껴지지 않는 탓일 게다. '밥도둑'으로 불릴 만큼 맛있기도 하다.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음에도 제법 남는다. 막걸리 한 잔을 털어넣고, 김치찜으로 고기를 돌돌 말아 입으로 직행하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아내가 슬쩍 잔을 들이민다. '한 잔 달라'는 얘기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금새 김치찜이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때 '순희네 빈대떡'이 등장한다. 아내의 픽(선택)이다. 서울 광장시장에서 파는 그거 맞다. 먹어본 지 수년이 지나 맛도, 아무 것도 떠오르는 게 딱히 없다. 하지만 막걸리에 빈대떡 만한 안주가 또 있을까. 기대감 충만이다.

한 봉지에 2개가 들었는데 프라이팬에서 5분 정도 데우기만 하면 된다. 기름도 따로 두를 필요가 없다. 녹두에 숙주, 김치까지 다 들었다. 시장에 앉아 바로 먹는, 완전 따끈따근하고 바삭한 그맛은 아니지만 오히려 담백해서 좋다. 가끔 안주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먹을만 하다는 판단이다. 아내는 함께 먹는 양파절임이 없어 아쉽다고 투덜거린다.

■야근 후 가볍게 맥주 한 캔…겉바속촉 ‘진진 멘보샤'곁들이면 피로가 사르르

야근을 마치고 들어간 어느 날 아내가 캔맥주와 함께 '진진 멘보샤'를 꺼냈다. 내가 하도 '노래를 불러서' 구입했단다(나는 기억에 없다). '진진'이라는 식당도 모른다(진진 역시 마포의 유명 중식당이다).

에어프라이어 전용이라 포장을 뜯은 다음 멘보샤(6개)를 겹치지 않게 늘여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끝이다. 기름을 따로 두르거나 별도의 해동과정도 필요없다. 포장지에는 170도에서 18~20분이라고 쓰여 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멘보샤를 한 입 베어물자 '바사삭' 하는 소리가 귀로 전해져온다. 반대로 새우소는 아주 촉촉하다. 이게 바로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이다. 아내의 입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소스는 필요 없다. 그 자체로 충분히 맛있다. "빨리 한 봉지 더 뜯어. 흐름이 끊기면 안 돼."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고, '진진 멘보샤' 한 봉지가 다시 에어프라이어 안으로 사라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진진 멘보샤'를 술안주로 먹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진진에서 먹는 것보다는 40% 싸다지만 안주값(한 봉지 9980원)이 너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그만큼 맛있다. 출시 4개월이 지나지 않아 16만개가 팔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굳이 단점을 또 하나 꼽자면 18분이라는 시간은 기다리기에 너무 길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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