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낮추려 땅값 싸게 책정” 분상제 단지 감정평가 불만 속출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의 분양가 산정 핵심요소인 토지비 감정평가를 두고 한국감정원이 잇따라 '재검토' 결정을 내리자 정비업계와 조합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에서 올해 총 8건의 토지비 감정평가가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지만, 반려된 사유와 감정평가 기준이 명확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서울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령이 개정되며 분상제 적용 단지의 토지비 감정평가는 한국감정원이 최종 검토하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다만 감정원이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재검토' 결정을 잇따라 내리면서 '정부가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통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상제 단지들은 토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가격을 토대로 분양가를 산정한다.

강남 등 땅값이 비싼 지역일 수록 토지비가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이를 위해 분상제 적용 단지 조합은 해당 자치구와 지자체에서 각각 업체를 추천받아 2곳에서 감정평가를 받은 뒤 감정원에서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토지비 감정평가가 분상제 분양가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한국감정원으로부터 감정평가 재검토를 통보받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1명, 서초구청에서 1명씩 감정평가사를 위촉해 진행한 평가가 잘못됐다는 감정원의 저의가 궁금하다"라며 "감정평가 기능이 없는 감정원이 무슨 기준으로 검토를 해서 재검토 통보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정비업계와 조합들에서는 잇단 토지비 감정평가 재검토 결정은 분양가 낮추기 수순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감정원의 택비지 감정평가 검토 내역을 살펴보면 상일동 벽산빌라(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 등 총 7건이 토지가격 감정평가 결과 재평가 통보를 받았다. 그 중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제외한 6곳의 토지가격이 당초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통보 받으며 정부가 사실상 분양가 통제를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감정평가제도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위임받은 공인 평가제도"라며 "공정하게 평가할 의무를 잘못 수행했다면 감정평가사를 처벌해야 하는데, 처벌은 없으면서도 결과를 부정하는 건 국가 공인 평가제도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민간 평가회사를 회원사로 둔 감정평가사협회 내부에서도 감정원의 토지비 평가서 검토 내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감정평가사가 내린 감정가를 해당 법인과 협회에서 두 번을 심의함에도 매번 퇴짜를 받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소규모 단지들이 재검토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원베일리, 둔촌주공 등 대규모 단지들의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라며 "서로 잘못된 감정평가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협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는 게 행정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감정원 관계자는 "감정원은 특정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했다"라며 "재검토 지시에 대해서도 항목별로 상세히 답변했다"고 밝혔다.

[e-mail]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