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국내 여행 감소, 해외는 전멸...핵심은 ‘언택트’
2020.10.21 08:43
수정 : 2020.10.21 08: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름휴가 여행이 크게 줄었다. 국내여행은 소폭 감소했지만, 해외여행이 전멸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행지는 제주도와 경상권이 선방했고, 강원도와 수도권은 저조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2016년부터 매년 9월 수행하는 ‘여름휴가 여행 조사’에서 2만 6308명에게 올해 여름휴가 기간(6~8월) 1박 이상의 여행을 다녀왔는지, 그곳은 어디였는지를 물었다. 올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는 응답은 61.5%로 작년보다 크게 낮았다. 이런 급감의 원인은 국내여행의 감소에 더해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불가능해진 해외여행, 20-30대 국내로 유턴
여름휴가 여행 경험률은 국내·외를 합해 61.5%로 작년 78.8%에 비해 크게 (-17.3%포인트) 감소했다. 국내여행은 10%포인트 가량 줄었고, 20% 중반을 유지해오던 해외여행이 1% 수준으로 거의 전멸했기 때문이다. 국내/해외 모두 다녀온 사람도 16.5%에서 1%로 급락했다. 출˙입국 금지 및 의무 자가격리 등 직접적인 제약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이에 더해 유례없이 긴 장마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여행자 특성을 살펴보면 △20-30대 △미혼 △신혼기 등 자녀가 없는 가구 △월 소득 7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는 작년에 비해 감소폭이 적었다.
■ 경상권 인기 급상승, 붐비지 않는 ‘바다/해변’ 찾아 떠나
광역자치단체의 여름휴가지 점유율은 1위 강원도(23%), 2위 제주도(11.4%)로 작년과 동일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작년보다 감소폭이 가장 큰 반면(-1.0%포인트) 제주도와 경상남도는 큰 폭으로 상승해(각각 +1.3%포인트)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금년에 인기가 급상승한 곳은 경상권이다.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모두 작년 보다 1%포인트 이상 증가하면서 전라남도·경기도·부산시 등 상위권에 있던 지역들을 제치고 3·4위로 올라섰다. 반면 강원도·서울시·부산시는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도시와 유명 관광지를 피해 휴식을 취하려 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던 기초자치단체(시/군) 톱15를 살펴보면 경북 3곳(포항,안동,문경), 경남 4곳(거제,남해,통영,진주)으로 경상권이 절반을 차지했다. 또한 제주를 비롯해 강원 고성, 전남 여수 등 ‘바다/해변’을 가진 지역들이 다수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 여행지’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휴가의 핵심 ‘장소’와 ‘활동’ 모두 ‘자연’에 집중
올해 여름휴가에서 △중심이 된 ‘장소’로는 ‘바다/해변’이 38.6%, ‘산/계곡’이 15.1%로 ‘자연’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 54.7%에 달했다. 반면, 3년 연속 성장세였던 ‘리조트’는 큰 폭(-3.1%포인트)으로 하락했다(17년 15.3% → 18년 17.3% → 19년 18.5%). 작년까지 지속되어온 근거리·리조트/호텔 등 실내 위락시설을 선호하는 트렌드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다.
△중심 ‘활동’ 역시 ‘자연 풍경 감상’과 ‘휴식’은 늘고 ‘테마파크 즐기기’는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12.0% → 6.6%). 코로나 이후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람이 붐비는 위락시설 보다는 언택트를 실천할 수 있는 ‘한적한 자연’에서의 휴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 7말8초는 옛말? 여름휴가 기간 7중~8중으로 분산
여름휴가의 극성수기인 7말8초 집중 현상은 작년에 이어 완화된 모습이다. 7말8초 여행은 16년 51.4%에서 작년 39.7%까지 하락, 올해 32.3%로 작년 보다 7.4%포인트 더 감소했다. 특히 올해는 광복절 직후 월요일이 임시공휴일(8월 17일)로 지정되면서 8월 3주차까지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다.
7말8초 약 2주간의 극성수기에서 7중~8중 약 4주간의 성수기로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려는 ‘언택트’ 동기와 유례없이 긴 장마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금년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고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는다면 소비자와 산업관계자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