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감자 완판은 괜찮고, 죽 홍보는 선거법 위반”
2020.10.21 19:45
수정 : 2020.10.21 19:52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원희룡 제주지사의 1심 재판이 21일 시작됐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4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했다.
검찰은 공소 사실에서 원 지사의 피자 제공과 영양죽 세트 홍보가 도지사의 정당한 직무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원 지사가 지난 1월2일 새해 첫 업무로 피자배달원 복장을 하고 취업·창업 지원기관인 ‘더큰내일센터’를 방문한 가운데 교육생 92명과 소속 직원 15명 등 107명에게 65만원 상당의 피자 25판과 음료를 제공한 것은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피자는 제주도 일자리과가 업무추진비로 구입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12월11일 개인 유튜브 방송인 ‘원더풀 TV’를 통해 특정업체가 만든 성게죽을 시식하고 4만원 상당의 죽세트를 판매·광고한 것도 기부행위라고 밝혔다.
특히 피자 제공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피자 제공 후 제주도 보도자료를 통해 ‘도지사가 쏜다’는 표현을 직접하는 등 직명 또는 성명을 밝힌 것은 기부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며 “기획 경위·내용·행사 이후 홍보 내용에 비춰 개인 업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 지사 측은 “공소사실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도지사의 정당한 직무상 행위를 한 것이기에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설령 법 위반이 맞다 하더라도 사회질서 범위 안에 있는 행위이므로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특정 업체의 제품을 홍보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는 “특정인이나 특정 업체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닌 제주 특산물을 홍보해서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가 주된 목적이었다”며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홍보한 것까지 선심성 기부행위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원 지사는 이미 과거에 빙떡·감귤 등을 홍보한 바 있고, 죽 세트 판매 업체 측 대표에 출연료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정당한 직무임을 강조했다.
피자 제공도 “젊은이들 취향에 맞춘 깜짝 이벤트”라며 “원 지사가 배달부로 변신해 격려 차원에서 피자를 제공했고 단순히 격려만 한 것이 아니라 의견 청취 등 소통의 자리이자 업무추진비 집행이 가능한 간담회였다”고 맞섰다. 이어 “보도자료에 도지사가 쏜다는 내용은 홍보담당자가 과장해서 광고 카피라이터처럼 피고인과 상의 없이 쓴 것”이라며 “피고인은 배달만 했을 뿐, 피자는 부서 업무추진비로 산 것이기 때문에 기부행위의 주체는 제주도”라고 선을 그었다.
원 지사는 법정에 출석하기 전 이날 오전 도청 브리핑 룸에서 취재진과 만나 첫 공판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감자 완판은 괜찮고 죽 6개 주문받아 전달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한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SNS를 통해 강원도 감자를 홍보하고 성공적으로 판매까지 해 큰 화제가 됐던 최문순 강원지사와 달리, 자신은 죽 6개를 주문받아 전달한 것뿐인데 왜 이리 차이가 나느냐며 부당함을 토로했다.
한편 원 지사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원 지사는 2018년 6·13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인 5월23일과 24일에 서귀포시와 제주시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주요 공약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에서는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형을 면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다음 공판은 11월11일 오후 3시에 열린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