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서 가능했다… 40주년 캣츠 무대, 잊지 못할 거예요

      2020.10.23 04:00   수정 : 2020.10.23 08:13기사원문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바꿔놓았는지,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공연을 하고 있는 세 주역과 만나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공연 자체가 불가능한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방역에 성공한 한국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이들은 인터뷰 도중 "럭키(행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말했다. 국내에선 '오페라의 유령' 팬텀 역으로 유명한 브래드 리틀과 웨스트엔드의 슈퍼 디바 조아나 암필 그리고 웨스트엔드의 라이징 스타 댄 파트리지를 22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났다.




■입국 후 자가격리 끝난 그 순간 잊을 수 없어

2017년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공연에서 만난 한국인 스태프와 결혼해 한국이 제2의 고향이 된 브래드 리틀. 그는 "요즘 지인들께 가장 많이 듣는 단어이자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가 '행운'"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40년간 장수한 이 작품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말했다.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역을 맡고 있는 그는 "지금 '캣츠' 무대에 서는 다수의 배우가 1981년 초연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다"며 "이번 프로덕션은 원작에 가장 가까운 최고의 버전으로 내가 역사적 공연의 일부라는 게 영광"이라고 말했다. '캣츠'의 상징적 넘버 '메모리'를 부르는 암고양이 그리자벨라 역의 조아나 암필도 "40주년 공연이라는 것 말고도 감사할 게 정말 많다"며 "한국은 세계 공연계 종사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철저한 방역으로 뮤지컬산업을 지켜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한편으로는 고국에 있는 친구들은 무대에 서고 싶어도 못 서 마음이 아프다"며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고 덧붙였다. 스타 고양이 럼 텀 터거 역의 댄 파트리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마음을 다잡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친구들의 에너지까지 모두 담아 관객 여러분께 최선의 무대를 보여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런 깨달음이 내가 공연을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댄 파트리지는 또한 한국 입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가 얼마나 특별했는지도 전했다. 영국에서 온 그는 "자가격리가 끝난 그날을 잊지 못한다"며 "동료들을 만나러 가는 승강기에서 (자가격리를 끝낸) 처음 보는 동료가 달려와 나를 와락 껴안았는데, 유난히 햇볕이 쨍쨍한 초현실적인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엄마와 사별한 날 무대서 '메모리' 듣고 펑펑

'캣츠'는 '뮤지컬의 대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대문호 T S 엘리엇의 시에 아름다운 선율을 붙여 완성한 작품이다. 발레리나 출신의 안무가 질리언 린이 고양이의 행동에 발레, 아크로바틱, 재즈댄스 등을 접목해 표현했는데, 극중 다양한 사연과 개성을 지닌 고양이들의 역동적인 안무와 퍼포먼스는 단연 '캣츠'의 볼거리 중 하나다. 1년에 단 한번 새 삶을 얻을 기회를 노리는 고양이들이 일종의 매력 뽐내기 대회를 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로, 공연은 선지자 고양이 일행이 무대 뒤편에서 객석 사이를 통과해 무대에 오르면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된다. 즉흥성과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작품의 특성상, 이번엔 관객과 배우 모두의 안전을 지키면서 작품 고유의 매력을 잘 살린 새로운 연출을 더했다. 오프닝 장면처럼 관객과의 거리가 좁아지는 장면에서 '메이크업 마스크'를 착용한 것. 메이크업 마스크란 각 캐릭터의 입 부분을 마스크 위에 그려놓아 마스크를 착용해도 마치 착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한 소품이다.

브래드 리틀은 "메이크업 마스크를 도입하기로 한 결정에 경이로움을 느꼈다"며 "유행병 속에서도 예술적 감성을 전달하려는 (연출자의) 의지가 놀라웠다. 마스크에 가려 관객들은 볼 수 없지만 전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다"고 말했다. 댄 파트리지도 "마스크를 써도 (관객들과) 교류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오히려 더 좋아진 장면이 있냐고 묻자 세 주역은 일제히 각자의 넘버가 나오는 장면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브래드 리틀은 "사실은 이번 공연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무대 위에서 깡통 위에 앉아 조아나가 부르는 '메모리'를 듣다가 펑펑 울었는데, 내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했다.

조아나 암필은 '메모리'가 워낙 유명해 이 넘버를 부를 때마다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브래드 리틀은 이에 "'메모리'를 잘 부를 수 있는 배우는 많지만 조아나처럼 감동을 주기란 쉽지 않다"며 그를 극찬했다.
브래드 리틀은 "이번 공연 리허설에서 조아나가 처음 '메모리' 불렀을 때, 멤버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며 "이야기의 전달을 중요시하는 조아나는 이야기에 노래를 덧칠하는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부연했다. 댄 파트리지도 뛰어난 기술뿐만 아니라 진정성을 가진 동료들 사이에서 일하는 건 행운"이라고 거들었다.
오는 12월 6일까지 서울 공연을 한달 연장한 '캣츠'는 이후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열기를 이어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