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검찰 개혁·공수처 의지만 드높인 윤석열
2020.10.24 00:05
수정 : 2021.11.08 19:52기사원문
23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나온 검찰총장의 발언과 태도는 검찰개혁이 왜 얼마나 어려운지, 공직자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지 역설적으로 드러내며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 절박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총장의 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이제 대검 국감을 통해 검찰의 민주적 통제는 더욱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국감이 끝난 후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을 주제로 한 드라마 '비밀의 숲 2'를 거론하며 "대검 국감을 보신 많은 분께서 드라마에서 보던 검찰의 모습이 '정말 현실이었나'하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모펀드 사건과 그 수사 과정을 보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왜 필요한지 많은 분께서 공감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역발상을 해 고양이를 놀리는 쥐를 묘사한 만화 '톰과 제리'가 생각나는데 검사는 고양이, 범죄자는 쥐로 천적이어야 한다"며 "톰과 제리처럼 검사가 범죄자의 조롱 대상이 되면 안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검찰게이트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 최고위원은 "라임 사태에서 드러난 검찰게이트를 보니 '묘서동면(猫鼠同眠: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잔다)'이 떠오른다. 역시 대안은 공수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 출신인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인격의 미숙함과 교양 없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막 나가는 발언도 있었다"며 "검찰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듯 하다. 마피아조직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황 의원은 "지금 비대해진 대검조직은 해체 수준으로 대폭 축소돼야 한다"며 "그게 혈세 낭비를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검 국감에선 윤 총장의 발언 및 태도가 큰 논란이 됐다. 우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들의 향응·접대 의혹이 불거진 라임펀드 사기사건과 가족·측근 비위 의혹 수사지휘를 하지 말라며 지휘권을 발동한 것에 대해 윤 총장은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밝혀 여당 의원들과 언쟁이 벌어졌다. 다만, 검사들의 향응·접대 의혹과 관련해선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이어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윤 총장의 배우자와 장모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한명숙 전 총리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 등을 거론하며 검찰권 남용에 대해 지적하자, 윤 총장은 "허, 참", "어이가 없다"며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에 여당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가 그렇게 우숩냐", "여기 싸우러 온 거냐"며 거세게 비판했다.
또한 윤 총장은 자신에게 불리한 질의가 나오면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이 배당이 된 뒤 중앙일보 사주를 만났느냐"고 질의하자, 윤 총장은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만나셨나. 안만나셨나"라고 묻자, 윤 총장은 "제가 누구 만난 거는 그 분 상대의 동의 없으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이 국감에서 강성 모습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주가를 높일 순 있겠지만, 이외 별다른 실익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강도 높은 검찰 개혁 및 공수처 출범을 자극하고, 검찰 조직과 국민 여론의 분열, 혼란을 조장하는 등 전반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