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스위스 은행들 쾌재

      2020.10.25 06:16   수정 : 2020.10.25 10: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UBS, 롬바르 오디(Lombard Odier) 등 스위스 프라이빗 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억만장자들의 자금을 관리해준다.

제프 베이저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겸 CEO 등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증가하면서 스위스 은행들 손에 묻는 떡 고물이 크게 늘어났다.



나폴레옹에 돈 꿔줬던 롬바르 오디 "모든 데이터 모아라" 특명
2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고 비밀이 보장되는 스위스 은행 가운데 하나인 전통의 롬바르 오디, 세계 최대 프라이빗 은행 부문을 갖고 있는 투자은행 UBS 등 스위스 은행들의 실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UBS는 지난주 분기실적 발표에서 순익이 10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고 공개한 바 있고, 이번주 실적을 공개하는 크레디트 스위스(CS)도 비슷한 규모의 실적 개선을 이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랑스 나폴레옹에게 군비를 꿔준 것으로 유명한 롬바르 오디는 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자산 매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미 2월부터 시장 패닉을 대비해 실탄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1월에는 은행내 거의 모든 계량 애널리스트들에게 경제전망과 관련해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확보토록 지시했다.
아시아 각 도시의 교통량 데이터부터 미국 병원 통계에 이르기까지 온갖 데이터를 모았다.

고객들에게 가능한 정확한 경제 예측치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스위스 은행들의 발빠른 대응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UBS CEO 세르지오 에르모티는 "(우리 고객들은 주식시장) 매도에 따른 붕괴기간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면서 "대신 그들은 이를 포지션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말했다.

빈부격차 심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4.4%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전후 최악의 경제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또 이로 인해 수백만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억만장자들의 부는 급증하고 있다.

UBS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심각한 경제충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브라질부터 중국, 미국, 독일 등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억만장자들은 세계금융위기에 따른 2009년 불황 이후 처음으로 부를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특히 이번에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충격 완화를 위해 이례적인 규모의 정책대응에 나서고, 이에따라 금융시장이 곧바로 회복되면서 억만장자들은 엄청난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다.

UBS의 에르모티는 "2008년, 2009년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엄청난 정책지원이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면서 "시장에는 이미 갈 곳 없는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었고, 그 결과 (정책 확장을 발판으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고 지적했다.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크게 달랐다.

기술주 거품 우려도 불식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당시 기술주 급등에 따른 거품을 우려했다.

코로나19는 이같은 우려를 먹어치웠다.

미국 싱크탱크 정책연구소(IPS)에 따르면 베이저스 아마존 CEO의 자산가치는 3월 중순~9월 중순 사이 730억달러(약 82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자산 평가액도 각각 450억달러(약 51조원) 넘게 커졌다.

세계에서 억만장자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중국에서는 올해에만 257명이 슈퍼부자가 됐다.

중 후룬리포트에 따르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자산은 올들어 45% 폭증해 588억달러(약 66조원)가 됐다.

후룬은 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지난 22년간 올해처럼 부유층의 자산이 급속히 증가한 때는 없었다고 밝혔다.

부유층, 주식투자·금 헤지로 이중 혜택
한편 스위스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헤지수단으로 금 매수를 권유했다.

롬바르 오디의 파트너인 프레데릭 로샤트는 방역을 위한 봉쇄와 항공업 등 일부 경제부문의 심각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에게 2월 이후 "시장에서 빠져나오지 말아라. 헤지를 구축하라"고 권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상당수 스위스 은행들이 올해 추천한 헤지 종목은 금이었다.

금은 8월 온스(31.1g)당 2073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 가격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사상최대 규모 통화·재정정책이 불러올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로 '가치보전' 수단으로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뛰고 있다.


억만장자들은 한편으로는 정부의 시장 안정 조처로 보유 주식 가치가 폭등하면서 자산을 불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초한 금 가격 상승세로도 헤택을 보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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